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과 CBDC 플랫폼 실전 테스트에 나선다. 실제 금융 서비스 환경에서도 사용자 간 송금과 지급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중 CBDC 연구를 마치고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일 은행권에 CBDC 테스트에 참여 의사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현재까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을 포함한 10곳 이상 은행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은행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CBDC 1·2단계 모의실험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1단계 모의실험에서 CBDC 제조·발행·유통·환수와 같은 기본 기능을 구현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2단계 모의실험에선 결제·디지털자산 거래·국가 간 송금 등 기능을 실험했다.
이번에 시중은행과 진행하는 확대 실험은 CBDC를 실제 금융 서비스 환경과 비슷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절차다. 금융기관 테스트용 IT시스템과 CBDC를 연계해 사용자 간 송금과 지급이 원활한지 점검하는 게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중 CBDC 연구를 마치고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각국 중앙은행, 국제기구 등과 CBDC 정보를 교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 화폐다. 현금 이용률이 감소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가 등장하면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019년 메타(옛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발행 선언,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발생으로 주요국은 CBDC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민간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정부가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상자산의 책임 있는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한 이후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CBDC를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달러 패권에 맞서기 위해 2014년부터 CBDC 연구를 시작했고, 유럽연합(EU)은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다만 아직 주요 국가가 CBDC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제 도입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CBDC가 기존 금융권 기능을 축소시킬 수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기술적 안정성 확보 또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CBDC 연구를 마치더라도 실제 도입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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