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버티던 강남구도 꺾였다…"수억원 낮춘 급매물만 거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신동근 기자
입력 2022-07-11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신동근 기자(sdk6425@ajunews.com)]

# "대치동은 무슨 미운털이 박혔는지 모르겠어요. 거래허가지역 3년 차인데 이젠 정말 죽겠어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A공인중개업소)

# "제가 요즘은 아파트를 안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 관망세에 거래허가지역까지 겹쳐서 아파트로는 장사를 할 수 없어서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B공인중개업소)

'강남 불패'의 대명사와 같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조차 부동산시장 분위기 침체를 토로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지역 재지정까지 대내외 시장 환경 악화에 따른 여파다. 

10일 강남구 대치동 소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시장 분위기가) 계속 가라앉아있다. 거래허가지역 3년 차인데 죽겠다"면서 "5월쯤엔 잠깐 반짝했지만 이마저도 바로 가라앉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가 예전에는 대치동보다 저렴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여기도 3년 동안 조금 오르긴 했지만 (반포동에) 비할 건 아니다"며 "정부의 '상생 임대인' 정책 발표 이후에는 전월세도 위축된 판에 이달부터 예정대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확대하기에 당분간 눈앞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규제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을 어떻게 할 순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뭐든지 정책에 따라서 움직이는 건데 문재인 정부 때 규제 정책은 '다 조여 놓은 채' 이어지고 있고 윤석열 정부도 더 풀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 풀렸다고 해도 이자도 뛰고 대출도 묶여 있으니 똑같았을 것"이라면서 "공급 없이 풀어주면 시장 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정부 입장도) 이해는 한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공급이 된 다음에 풀어주지 않을까 하고 그저 기다리고만 있다"고 반쯤 체념한 어조로 말했다.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대치·도곡동과 집값 경쟁을 벌였던 개포동 역시 분위기 침체를 피할 순 없었다. 앞서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을 피한 후 잠시 풍선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소재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시장 전체가 죽었는데 강남이라고 어떻게 버티겠느냐"면서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전세시장은 물론 매매는 거의 거래가 안 돼 말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산가들도 자금에 예민하다. 이 동네는 사실 송파·판교·분당 등 일부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만 오는 지역"이라면서 "올 초만 해도 조금이라도 저렴하면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지금은 경기에서 서울 외곽, 이제는 송파까지 하락한다는 소리가 들리니까 눈치를 보며 확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강남구는 전주 대비 0.01% 떨어지며 지난 3월 첫째 주(-0.01%) 이후 17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5월 이후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절세를 위한 급매 하락 거래가 일부 이어진 이후 매물 적체 현상이 청담·도곡·개포동 등에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치동 소재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해 12월 전용면적 93㎡가 40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이와 유사한 평형인 전용 91㎡가 3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21㎡ 역시 올해 2월 37억원에서 3개월 사이 33억7000만원으로 3억3000만원 하락했다. 올해 3월 31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던 도곡렉슬 84㎡는 지난달 17일 15억3000만원 하락한 16억원(매매 예약 직거래)에 팔려 반 토막 났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지난달 28일 21억4000만원으로 전 고가 대비 1억4500만원 내렸다. 

한편 강남구보다 하급지로 통하고 있는 송파구 분위기는 더욱 심각했다. 송파구는 잠실·신천동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적체와 급매가 이어지며 최근 7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 하락 폭을 -0.02%까지 키웠다. 

송파구 잠실동 E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3년째인데 이제 거래가 거의 멸종 상태"라면서 "호가는 약보합 정도지만,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을 반영해 가끔 급매물이 싸게 나오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잠실 사람들은 아파트 가격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서초나 강남구에 비해 신축도 적고 낡은 아파트가 많은 하급지다 보니 이곳을 팔고 이동하려는 수요도 꽤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디에이치 자이 개포' 전경 [사진=신동근 기자(sdk6425@ajunews.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