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블링컨 평행선 달렸지만...'5시간 건설적 만남'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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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7-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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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새 5차례 고위층 교류…미·중 정상회담 가능성 탐색

  • 中, 한층 더 세진 대만 경고수위

  • 美 가드레일 설정 요구에 中 3대 연합공보나 지켜라

7월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외무장관이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이번 대화는 실질적이고 건설적이었다. 상호 이해와 오판·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양국이 향후 고위층 교류를 위한 조건을 쌓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다섯 시간 만남을 이렇게 평가했다. 

비록 5시간 이어진 긴 회담에서 양측은 대만, 홍콩, 인권, 우크라이나 문제 등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마지노선을 확인해 갈등이 더 악화하는 걸 막고, 향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탐색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한 달 새 5차례 고위층 교류···미·중 정상회담 가능성 탐색
관영 신화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왕이 부장과 블링컨 장관은 9일(현지시간) 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5시간에 걸쳐 양자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동을 가진 이후 약 7개월 만에 대면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6월 10일부터 한 달 새 미·중 고위층 간 다섯 차례 교류가 이뤄졌다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6월 10일 샹그릴라대화에서 열린 미·중 국방장관 회동을 시작으로, 6월 13일 룩셈부르크에서의 양제츠 중국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동, 7월 5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화상통화, 7월 7일 리쭤청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의 화상통화 등 한 달 새 미·중 고위층 간 교류는 빈번하게 이뤄졌다. 

댜오다밍(刁大明) 중국 인민대 국가발전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이는 양국 간 대화 소통을 유지하고 오판·오해를 줄이고,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으로, 미·중 관계 안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향후 고위층간 상호 교류를 위한 길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앞으로 있을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었음을 시사한다. 

실제 전문가들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나, 올가을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시진핑 주석 모두 외교적 이벤트가 필요한 만큼, 중대한 정치적 변수가 없는 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로이터에서 "이번 회담의 목적 중 하나는 시진핑과 바이든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왕이의 대만 경고 수위···한층 더 세졌다
환구시보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의 대만 문제에 대한 경고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고도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을 향해 "미국이 점점 심각한 '중국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표현하며 "만약 이러한 '위협 팽창'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간다면 미국의 대중 정책은 빠져나올 수 없는 '막다른 길(死胡同)'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에 세 가지 필수 사항도 제시했다. △대만 독립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고 △중국 인민의 영토주권 수호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낮게 보지 말고 △대만해협 평화를 매장시키는 파괴적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게 그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것도 문제 삼으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 안 한다고 했으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왜곡하고 흔드는 것을 중단하고, 대만 문제에 대한 살라미 전술(여러 현안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목표 접근)을 중단하고, '대만 카드'로 중국의 평화통일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도 경고했다.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미국문제전문가는 "앞서 양제츠·설리번 회동 때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경고가 한층 더 구체적이고 수위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막다른 길'과 같은 표현은 양국이 이미 결전의 단계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며 경색된 미·중관계가 완화하든가, 엄청난 위험에 직면하든가 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양국은 인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美 가드레일 설정 요구에 中 3대 연합공보나 지켜라
이날 왕 부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가드레일을 설정해야 한다는 미국 측 주장에 대해서 사실상 "미·중 3대 연합공보부터 잘 지켜라"라고 답했다. 

왕 부장은 "미·중 간 3대 연합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합의)가 양국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방호(防護)로, 3대 연합공보 약속만 지키면 양국 관계가 궤도를 이탈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도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에게 네 가지 리스트도 건넸다. △대중국 정책과 언행 중 잘못을 수정해야 할 것 △중국이 우려하는 중요 사안 △중국이 우려하는 중국 관련 법안 △양국이 협력할 8개 영역 등이 그것이다.

뤼샹 전문가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줄곧 미·중 관계에 가드레일을 추가로 장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그 개념이 모호했다"며 "왕 부장은 미·중 3대 연합공보를 지키지 않으면, 미·중 관계의 안정·안전을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중 3대 연합공보라는 방호가 미국에 의해 훼손되면, 양국은 곧바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며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이 직면한 위험이 이미 너무 높아서 언제든 위기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홍콩 명보는 미·중 문제와 관련한 중국 정치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회담에선 합의라 부를 수 있는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사실 대만,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인권 등 의제는 미·중 양국이 근본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다만 양국이 기존의 갈등을 제한하고, 더 큰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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