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관광 수입이 급감한 나라들이 외국인 대상 입국 규제를 줄줄이 완화하면서 잠들었던 해외여행 수요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쏠림 현상이 강하다. 특히 제주도는 강력한 해외여행 대체지로 손꼽힌다. 다만 비싼 물가는 여행객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행업계는 "해외여행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지면 제주 여행 열기는 금세 식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해외여행 대체지로 떠오른 제주도
코로나19 방역 지침 완화 후 제주도 방문객들이 급증했다. 그동안 방역 강화로 억눌렸던 여행 심리가 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집계 결과 올해 1~6월 제주를 찾은 여행객은 682만6468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550만1505명) 보다 132만4963명(약 24%) 많다. 내국인(약 680만1978명)과 외국인(약 2만4490명)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사장 고은숙)가 지난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여름시즌 제주 여행 계획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상황(거리두기 해제, 국가별 무격리 입국 등)에서 선호하는 여행은 제주 여행이 해외여행을 넘어섰다.
실제 '제주 여행'을 떠나겠다고 응답한 이의 비중은 46.8%를 기록했다.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응답한 비중(29.4%)보다 약 17%P 높은 수치다.
여름 휴가철도 어김없었다. 8월에는 응답자의 69.5%가 제주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7월에 제주 여행을 떠나겠다고 응답한 이는 30.3%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7월 14.2%, 8월 85.8%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여행 대체지로 제주를 선택한 이는 전체의 32.5%에 달했다. '내년에도 제주를 우선적으로 여행하겠다'고 응답한 이의 비중은 전체의 42.2%에 달했다. '해외여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응답률(20.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여행 시기를 미루던 경향이 짙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계획대로 여행하려는 응답자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제주도가 전염병 안전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이는 지난해(24.4%)보다 9.6%P 감소한 14.8%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제주 여행 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 예상 체류 기간이나 체험 활동, 예상 방문지 등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여행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고 응답한 비중도 현저히 줄었다.
제주관광공사 데이터R&D그룹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더라도 제주 여행에 대한 선호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싼 제주 물가, 여행객에겐 '부담'
7월 초 가족과 함께 제주 여행을 즐기고 돌아온 주부 이경희 씨(가명·45세)는 "해외여행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어린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나기 부담스러워 제주 여행을 결정했다. 특히 입국 시 PCR 검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제주 역시 항공 요금이며, 렌터카며, 숙소며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상 예산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2배를 넘었다. 이 정도 비용이면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물가와 유가의 급등으로 음식·숙박·렌터카 비용은 물론 항공 요금까지 껑충 뛰었다. 여행객들이 제주 여행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실제로 여행객이 제주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 자료를 살펴보면 1~5월 여행객이 제주에서 지출한 관광소비액은 신용카드 기준 약 5027억798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8% 증가한 금액이다.
제주관광공사 설문 결과 역시 1인당 지출 비용이 증가했다. 지난해 조사 당시에는 1인당 지출액 39만2797원이었지만, 올해는 48만3655원으로 9만원가량 늘었다. 체류 기간(3.85일→3.82일)과 동반 인원수(2.99명→3.08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제주 여행 부담이 더 커진다. 항공권의 경우 보통이 10만원, 비싼 경우에는 20만원까지 치솟는다. 4인 가족이면 왕복 항공권에만 100만원 안팎을 써야 하는 셈이다. 렌터카 역시 지금은 중형차 한 대에 하루 3만원가량이지만, 성수기에는 3배 넘게 오른다. 숙박비는 더 심각하다. 비수기 10만~20만원대에 갈 수 있는 호텔이 성수기에는 40만~50만원대까지 오른다. 기획상품(패키지)을 구입하면 가격은 1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여행업계는 여행 경비가 치솟으면 열기도 빠르게 식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가가 비싸면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풍부한 관광자원과 먹거리, 고급 호텔을 두루 갖춘 제주도지만, 비싼 물가는 여행객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여행은 지금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제주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결국 해외로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