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친윤(윤석열)계' 핵심들과 가진 만찬 회동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권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포착된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여권 핵심의 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같은 당 윤한홍·이철규 의원 등과 서울 모처에서 만찬을 함께하고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 수습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도 이 자리에 초대는 받았지만 '지역구에 일이 있다'는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행은 만찬 전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수습안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아닌 직무대행 체제가 당헌·당규에 부합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어 다음날 최고위원회의와 당 의원총회에서 이를 추인받으면서 명실상부 국민의힘 '원톱'이 됐다.
반면 장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신임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만찬은 물론 의원총회에도 불참한 것은 '권성동 원톱'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지역 5선 조경태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6개월 동안 당 대표 권한과 원내대표 권한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그러나 권 대행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는 항상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장 의원과 나의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추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며 "지역구 일이 있어서 불참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불화설'에도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장 의원에 대한 신임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권 대행의 여유와 자신감도 이러한 기류에 힘입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정치를 본격 시작하면서 핵심 참모로 움직였고, '윤석열·안철수 대선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등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선인 비서실장직을 맡아 대통령실 참모진 구성과 첫 내각 인사 작업도 총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인사 문제'로 꼽힌다. 장 의원이 주도해 마련한 대통령실 정무·홍보라인에 잡음이 계속 발생하면서 윤 대통령의 실망감도 커졌다는 후문이다.
한편 당 윤리위 징계 후 잠행을 이어가던 이준석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주 무등산 방문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며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글을 올렸다.
전날에는 지역 청년들과 만나 '당원 모집'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신이 주도한 '호남·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구애'가 국민의힘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주효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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