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단행] 극약처방 꺼내든 이창용 "물가, 금리로만 잡다보면 막대한 비용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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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7-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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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사상 초유의 '빅스텝'을 감행해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국내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물가 상승세가 멈춰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또 한번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플레 파이터'의 본색을 드러냈지만, 금리로만 물가 안정을 꾀하는 데 드는 사회적 부작용을 언급하며 경제주체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3일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과 관련해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한 뒤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물가와 경기 양쪽을 모두 보겠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이 4%대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무관하게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물가 상승 속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물가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립금리’(경제에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일으키지 않는 수준)까지 먼저 가는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역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시그널은 계속됐다. 이 총재는 현 기준금리 수준(2.25%)이 중립금리에 도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립금리 범위에서 하단에 가까워지긴 했으나 아직 중립금리 수준까지 왔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점진적인 기준금리(0.25%포인트, 베이비스텝) 인상 의지를 피력했다.

한은은 국내 물가가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중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4분기 이후로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물가 전망을 위한)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면서 "정점 이후 물가가 빠르게 낮아지기 보다는 상승세가 서서히 둔화되는 식으로 상승 흐름이 일정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물가는 각 경제주체들이 가격을 올리고 그 결과 또다시 물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이 경우 큰 경기침체 없이는 고물가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정책 운용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에 이 총재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주체들의 협조를 통해 물가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물가를 금리로만 잡으려고 하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꺾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시그널을 보내면 여러 경제주체는 물론 정부 역시 각종 물가 완화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며 "여러 주체들의 협조를 통해 물가를 잡는 것이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한은이 보고 있는 적정한 물가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은 2%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지금처럼 물가 상승 속에서는 목표치를 조정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 기대 인플레는 많이 올랐지만 장기(5년/10년) 기대 인플레는 최근에도 고정돼 있는 상태"라며 "한은의 현 수준인 2%를 목표로 잡고 중장기적으로 2%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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