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한 카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장 B씨(55)에 따르면 적정 직원 수는 주방 담당 4명과 홀 담당 2명 그리고 홀 아르바이트생 10명. 하지만 이달 초 추천으로 겨우 채용한 주방 담당 1명을 포함하더라도 최소 4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간신히 뽑은 아르바이트생들조차 그만둔다는 말 없이 무단으로 퇴사할 때가 많아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다. 결국 설치를 미뤄오던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도 지난 5월 설치했지만 손님이 몰리는 시간엔 배달 주문을 막아 놓는 등 미봉책으로 구인난을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하며 급증한 매출에 자영업자들이 함박웃음을 지은 것도 잠시. 이들은 높은 임금과 구인난에 또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수년 동안 외국인 노동자 유입까지 줄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지방과 서울 번화가들은 최악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구인난은 구인구직 플랫폼에 올라온 임금 수준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특히 상권이 발달하고 소득이 높은 서울 강남구는 공고 평균 시급이 1만1354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서울 종로구(1만1222원)와 강북구(1만1181원)였다. 서울에서 평균 시급이 가장 낮은 은평구도 공고 평균 시급이 1만261원으로 1만원을 넘겼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배달이나 택배, 건설 현장 등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자영업자 구인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평균 시급을 살펴보면 ‘택배·퀵서비스’는 1만7360원, ‘공사·건설현장’은 1만3507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된다. 반면 ‘베이커리·도넛·떡’ 9308원, ‘아이스크림·디저트’ 9315원, ‘호프·일반주점’ 1만134원 등 자영업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은 시급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취업준비생 C씨(28)는 “취업 준비를 하며 용돈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배달이나 건설 현장을 찾는다. 식당이나 카페 아르바이트가 딱히 힘이 덜 드는 것도 아니라 해야 할 유인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배달 등 고임금 단순직이 많이 생겨난 것이 전반적인 임금 상승에 영향을 준 것 같다. 결국 자영업자들도 임금을 점차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임금을 주려 해도 식당을 운영하며 배달이나 건설 현장 노동자만큼 주게 되면 적자라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B씨도 “단순 아르바이트만 풀타임으로 해도 200만원 중반대 월급을 받아가니 경력이 전혀 없는 주방 직원이라도 300만원 초반대 월급으로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실업급여 제도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1년여 일을 한 후 실업급여를 타며 편하게 지낼 수 있으니 일을 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떨어져 공급이 줄어든다. 극심한 고임금화에 자영업자들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업급여 제도 개선은 물론 업종별 차등 임금제와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 입국 추진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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