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저축은행 '발등의 불'…중앙회 중심 대응책 마련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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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7-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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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DB]

저축은행의 수신자금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때문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저축은행 상품은 배제될 가능성이 큰 게 문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소형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은 향후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대응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디폴트 옵션서 저축은행 상품 빠질 가능성 높아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디폴트 옵션’ 활성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각 업체에 전달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명확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때, 사전에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향후 관련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됐다. 이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현재 연 1~2%에 머무는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저축은행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유는 옵션 구성 과정에서 자사 상품이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상품은 다른 업권과 달리 퇴직연금감독규정상 1인당 가입 한도(5000만원) 제한이 있다. 회사 규모에 맞춰 취급 한도도 다르게 적용된다. 이 같은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디폴트 옵션 상품을 짤 때 최대 3개 사의 상품(1억50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사업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저축은행 상품을 제외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만약 포함하면 가입 한도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즉 디폴트 옵션 시행 시 퇴직연금 가입자에게는 저축은행 상품을 선택할 기회마저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은 수신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들은 그간 퇴직연금을 수신자금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형 상품군에 자사 예·적금을 포함시키는 식이다. 다른 상품보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아 소비자들의 호응도 컸다.
 
이에 힘입어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졌다. 지난 2018년 1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퇴직연금 예·적금 잔액은 2019년 6조7000억원, 2020년 13조4000억원, 2021년 20조9000억원까지 불었다. 퇴직연금 판매사도 지난 2018년 23곳에서 지난해 32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향후 디폴트 옵션 상품에서 배제되면, 이러한 흐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앙회는 특히 소형업체의 피해가 막중할 것으로 봤다. 만약 저축은행 상품을 포함시켜도 높은 한도 제공이 가능한 대형 저축은행 상품 위주로 구성할 수밖에 없단 게 이유다.
 
중앙회, 하반기 1인당 5000만원 한도 폐지 공식 건의
중앙회는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적극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일단 향후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만기가 도래해도 기존과 같이 자동 재예치가 가능한 만큼, 이 안에 반드시 해결책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디폴트 옵션의 최초 승인 및 시행 시점은 11월경이다.
 
세부적으로 올 하반기 중 1인당 5000만원 가입 한도 폐지를 공식 건의한다. 이 기간 내에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대한 전면 개정이 예고된 만큼,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업체에는 직접 운용 지시를 적극 독려할 것을 주문했다. 디폴트 옵션이 시행되기까지는 6주간의 대기 기간을 거친다. 이 기간 동안 고객이 직접 운용 지시를 할 경우, 재예치가 가능하다. 다만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퇴직연금사업자와의 긴밀한 협조 관계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현행법상 거래자에 대한 직접 마케팅 수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는 8월까지 디폴트 옵션 상품 지정 관련 업무도 지원한다. 만약 저축은행이 퇴직연금사업자와 디폴트 옵션 심의대상 상품을 마련하면, 고용노동부에 사전 검토를 요청하는 식이다. 신규 자금 유입처 발굴에도 적극 나선다. 증권사 랩어카운트 정기예금 편입, 신규 은행 퇴직연금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제휴 확대 등을 추진한다.
 
유동성 우려에 대한 대비는 필요
다만 유동성 우려에 대한 대비는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일단 수신확보에 부정적인 상황인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수신조달 창구를 다변화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퇴직연금 DC와 IRP의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적극적인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예금 만기 시점을 분산시킬 것도 권고했다. 저축은행 예금은 연말, 연초 등 특정 기간에 만기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이는 조달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4년 이전까지 만기 시점을 분산시킬 것을 요청했다. 예컨대 13~18개월 예금 등을 일시적으로 운용하는 식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 역시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저축은행 상품 운용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유리할 것”이라며 “퇴직연금시장 성장에 따른 자연 증가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요인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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