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이 추천해줬다"며 "과거에는 총수요 측면에서 거시경제의 방향을 잡아왔는데, 변 전 실장은 혁신·공급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의 구조에 부합하는 철학을 아주 오래 전부터 피력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한 인물로 '노무현의 남자'로 불린다.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좋은 호흡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현 경기지사),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이정도 전 총무비서관 등이 변 전 실장의 추천을 받고 중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변 전 실장의 2017년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기존 우리 경제정책의 기조였던 케인스식 단기 금융·재정정책에서 벗어나 슘페터식 혁신에 방점을 둔 경제정책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골자다.
◆변양균의 빛과 그림자...노무현과 신정아
변 전 실장은 1949년 경남 통영 출생으로 부산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엘리트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다.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 국장 및 기획관리실장 등 요직을 거쳤으며, 성실하고 깔끔한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변 전 실장의 능력을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차관·장관을 거쳐 2006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잘나가던 변 전 실장이 끌어내려진 것은 2007년 '신정아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1972년생인 신정아씨는 30대의 나이로 동국대학교 미술사 교수, 성곡미술관 학예실장, 2007년 광주광역시 비엔날레 디렉터 등을 역임하며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런데 신씨가 주장했던 미국 예일대 미술사 박사학위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사문서 위조 및 업무상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된 뒤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 사건 이후 국내 각계각층에서 학력·학위 검증 바람이 불기도 했다.
신씨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부남이었던 변 전 실장과의 내연관계가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예산 특혜를 약속하고 신씨를 동국대 교수에 임용되도록 한 혐의(뇌물수수), 대기업에 외압을 넣어 미술관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 흥덕사와 보광사에 탈법적으로 특별교부금 배정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변 전 실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2009년 1월 대법원이 직권남용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로 판결하면서 변 전 실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2년 펴낸 에세이집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의 서문과 후기에서 "(신정아 사건이)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나의 불찰이고 뼈 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적었다.
또 "대통령과 내가 몸 담았던 참여정부에 그토록 큰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그로 인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누를 끼쳤고 참회조차 못한 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게 됐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이유로 윤 대통령의 '변양균 경제고문 발탁'은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경제정책 방향을 기존 '케인스식 수요 확대'에서 변 전 실장이 주장하는 '슘페터식 공급 혁신'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거시경제학을 창시하고 정립한 영국의 경제학자다. 그의 이름에서 파생된 '케인스주의'는 시장경제 불균형이 발생하면 정부가 금융·재정정책을 적절히 사용하고 유효수요를 창출시켜 해결해야 한다는 경제적 사상으로, 각국 정부와 관료들이 경제불황 시기에 활용하는 이론이다.
조지프 슘페터는 미국의 경제학자로 동시대에 살았던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은 '기술의 발전은 끝없이 기존의 기술 체계를 부수고 새로운 체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그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자본주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변 전 실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구조적인 경제위기에서는 케인스식 방식이 아닌 슘페터식 혁신과 성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 방법론으로 '노동의 자유, 토지의 자유, 자본의 자유, 왕래의 자유' 4가지를 제안했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련의 구조 개혁이 '패키지 딜'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우선 '노동의 자유'를 위해선 기업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는 한편, 선결 조건으로 주택·교육·보육·의료·안전 등 ‘국민기본수요’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의 자유'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되 발생하는 세입을 '특별기금', '고향후원금' 등의 형태로 비수도권과 나누어 지역 인프라에 재투자하고, 장기적 상생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투자의 자유'는 정부의 금융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 민간은행이 부동산 담보 가계대출 위주의 소극적 자금운용에서 벗어나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 투자은행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왕래의 자유'는 개방형 플랫폼 국가를 건설하자는 취지다. 이민의 문호를 대대적으로 개방하고 해외 우수 인력과 해외 투자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세계의 인적·물적 자원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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