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격리를 끝낸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경찰 안팎으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윤 후보자는 직장협의회(직협)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내부 다독이기에도 나설 전망이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전날 자가 격리에서 해제돼 업무에 정상 복귀했다. 그는 지난 11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7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격리기간에도 경찰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등 '직접 통제'에 반발해 현장으로 나선 일선 경찰관들과 만나 내부 분위기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삭발과 단식·삼보일배 등 강도 높게 비판 수위를 올린 직협 대표단과 21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윤 후보자는 경찰 내부 다독이기와 함께 인사청문회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일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후보자 측은 국회 상황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달 말에는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치안감 인사 논란, 검경 협의체 논의 등 현안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역대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중 가장 치열하게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이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 부활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경찰을 권력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 국회 탄핵 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 의원은 앞서 합당에 반발해 당에 제명 요청을 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됐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것들이 사실 꽤 있다"는 등 발언을 한 데 이어 경찰제도개선 최종안을 발표하는 날에도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 등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안 하면 수사를 하라고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윤 후보자의 고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경찰 내부와 정치권을 설득해야 되는 상황이다. 국정과제인 책임수사제 도입을 논의 중인 검경 협의체와 관련해서는 윤 후보자가 오히려 검찰권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여당 논리에 맞설 대안들을 제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당과 법무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대하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데다 검찰 측에서 2020년 수사권 조정부터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경찰 수장으로서 여당과 법무부 논리를 반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경찰은 최근 협의체에서 검찰과 보완수사 원칙 재정립 등 안건마다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 청문회에서는 치안감 인사 논란 진상 파악 등 후속 조치에 대한 질문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요 정치권 인사 관련 수사 상황에 대한 질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도 이러한 소통 과정을 강조하며 신설되는 경찰국이 경찰 위주로 구성되는 점, 경찰 보수 공안직 수준 인상 등 처우 개선도 함께 추진되는 점, 수사 독립성은 보장될 것이라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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