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 두고 검·경 힘겨루기…불이행 경찰 기소 사례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현 기자
입력 2022-07-18 16: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검찰, 재수사 불이행 경찰 기소…항소심서 무죄

  • 검·경 '보완수사' 이견…"검사 직접 해야" vs "비현실적"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본청.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열린 검경협의체에서 경찰은 수사 책임성 확립을 위해 송치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가 변경될 때까지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에 대해 '재수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경찰이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불송치할 경우 검찰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송치한 사건 중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재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이 추가 진술 청취 없이 수사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기소된 이유다. 그러나 법원은 "원래부터 재수사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거나 요구할 사항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법원 "재수사 요청, 조사 방법은 전적으로 경찰 재량"
대전 지역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A씨는 지난해 2월께 공소권 없음 처리했던 교통사고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피해자 진술을 추가로 듣지 않은 채 '당시 (사고) 충격은 경미했다'는 등 내용의 피해자 언급을 담은 재수사 결과서를 작성해 검찰에 보내면서다.

앞서 야채 행상을 하는 1톤 화물차 운전자 B씨는 중앙선이 없는 골목길에서 우회전하던 중 주차돼 있던 차량과 경미한 접촉사고를 냈다. B씨는 사고 이후 100m가량 떨어진 장소로 이동해 야채장사를 했다. 부딪친 차량 안에서 대화 중이던 C씨와 D씨는 B씨의 차량 번호를 확인한 후 '뺑소니'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C씨 등의 진술을 확인하고 사건을 인계했고 A씨는 사고 경위 등을 조사했다.

A씨는 C씨와 D씨를 피해자로 불러 자필진술서를 받았다. 이들은 사고 5일째 되는 날 처음 병원에 가서 발급받은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후 피의자 조사를 받은 B씨는 사고사실을 인정하고, 종합보험 가입 사실 증명원을 제출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에 따라 공소권이 없는 교통사고에 해당하므로 불송치 결정을 한다'는 취지의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했고, 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부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사고사실을 알았음에도 도주한 것은 아니므로 특가법 위반이 아니고, 사고현장을 촬영한 CCTV·블랙박스 영상은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기재됐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쿵' 하는 소리가 났고, 피의자가 사고 이후 도주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과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재수사를 요청했다.

A씨는 C씨와 D씨를 추가로 조사하지 않고, 기존에 "타이어의 고무 부위가 서로 접촉된 것으로 경미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재수사결과서에 작성해 검사에게 송부했다. 그러나 C씨와 D씨가 검찰에서 "당시 충격이 컸고, 몸이 아파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에 검찰은 해당 문서가 거짓이라고 판단해 A씨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사의 재수사 요청 후에 피해자를 불러 조사한 적 없다는 취지에서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A씨 손을 들어줬다.

2심은 "검사가 추가로 수사할 사항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이미 조사가 완료된 것들 외에 추가로 조사할 수 있는 사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애초 보고서에 '피해차량이나 피의차량 모두 블랙박스는 설치되지 않고, CCTV 영상도 없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

또 2심은 "재수사 요청 이전의 수사 과정에서 이미 조사를 했으나 이것이 기록에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 부분을 추가로 기록에 포함하면 충분하다"며 "관련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에도 (검사가) 재수사 방법 자체를 지시할 수 있다고까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보완수사' 놓고 검·경 평행선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검경협의체 제3차 실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은 보완수사요구 원칙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가 급증해 사건을 송치한 뒤 보완수사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송치 이후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수사준칙은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검사의 모든 사건에 대해 직접 보완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