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4월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5%가 “더 비싸도 ESG 실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70%가 “ESG 우수 기업 제품이라면 경쟁사 동일 제품 대비 2.5~7.5%를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제는 브랜드와 가격이 상품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만족시키는 ‘가심비’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ESG는 경영 의사 결정과 투자 전략에 환경(E)·사회(S)·거버넌스(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통합하는 흐름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금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ESG 폭풍 한가운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ESG는 경영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실제로 기업 입장에서는 ESG 등급 확보가 시급해졌다.
기업인들을 만나면 ESG를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왜 ESG를 해야 하는지, 그동안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하고, 기업 구성원들의 공감이 전제돼야 하며, 그래야만 우리 회사에 딱 맞는 제대로 된 ‘자기다운 ESG’를 실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실 다지기보다 ESG 경영 평가에 치중하다 보면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일은 일대로 하는데 기업에도 지구에도 우리 후손들에게도 아무런 득이 없는 시간 낭비로 끝날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환경문제는 인류의 생존 문제로 떠올랐고 소비자들은 ESG를 잘하는 기업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표준협회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환경 성과’ 제시를 ESG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2009년부터 시작해 지난 13년간 연간 3만명, 총 23만명의 MZ세대들이 에코맘코리아의 환경교육에 참여했다.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매년 놀라는 것은 기업에 요구하는 MZ세대의 기대 수준이 기업의 생각보다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저렴하게 친환경을 하고 싶어하는 기업을 정확하게 찾아낸다. 실체 없이 '에코' '그린' 같이 관련 단어만 상품명에 사용하거나, 일부러 광고와 포장에 초록색을 많이 사용하거나, 일부만 친환경인 그린워싱을 발견하면 MZ세대는 SNS라는 한계 없는 채널을 통해 단호하게 보이콧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8~9월에 진행되는 유엔청소년환경총회에서 도출될 MZ세대 목소리는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에코맘코리아가 UNEP 공식 파트너이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NGO로서 올해 열 번째 진행하는 유엔청소년환경총회 공식 의제는 ’기후위기와 자원 순환(Climate Crisis & Resource Circulation)‘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들이 ‘음식’ ‘의류’ ‘주거’ 등 주제별로 6개 세부위원회로 나눠 사전 미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데, 실질적인 사례 조사를 통해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한 후 모의 유엔총회 실습과 결의안, 액션플랜 작성까지 주도적이고 실천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MZ세대들이 제품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기업에 바라는 점을 도출하는 과정도 배우게 되며, 국내외 환경 전문가와 ESG 경영 기업들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에코맘코리아의 ESG생활연구소에서는 다음 다섯 가지로 소비자가 원하는 기업을 정의했다. △그린워싱을 하지 않는 기업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는 기업 △제조를 넘어 사용 과정에서도 건강을 챙기는 기업 △소비자도 환경 경영에 동참하게 해주는 기업 △제품 전 과정을 고려하는 기업이 그것이다.
머지않아 소비자는 물론이고, 기업 구성원들 대부분이 MZ세대가 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막강한 힘은 바로 소비자의 선택이고, 그 소비자의 중심에는 ESG에 진심인 기업을 원하는 MZ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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