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폭락에 수출도 내수도 고민…수입차는 가격경쟁력↑
18일 오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6.30원 내린 1319.80원에 거래됐다. 지속적인 오름세에서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시장에서는 단기적 하락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같은 날 유로‧달러 환율은 0.00065달러 오른 1.00910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단기 하락세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12일 유로‧달러 환율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1유로화 가치가 1달러화와 동일한 ‘패리티(parity)’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루블화 폭락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에 차를 만들수록 밑지는 장사가 되자 지금까지도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전쟁 초기에 현지 전략형 모델인 소형 SUV ‘크레타’를 기존 150만 루블에서 두 배로 올리는 고육책을 썼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문제는 최근의 강달러 흐름이 루블화 사태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유럽에서 패리티 현상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고착화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량 증대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크게 꺾일 수 있다.
최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유럽 지역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합산 판매량은 55만63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상승했다. 개별로는 현대차 26만3005대, 기아 29만3364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16.8% 증가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유로화 폭락 흐름에 영업이익률 증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내수에서도 빨간불이 들어온다. 르노코리아차의 소형 SUV ‘XM3’은 당장 유럽 시장에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유럽 수출 물량이 대부분인 XM3는 기존 1유로에 1300원을 받았던 것을 1200원까지 낮춰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차후 유로화 가치가 더욱 급락할 경우 생산물량 조정까지 검토할 수 있다.
반대급부로 수입차 판매량 1~3위인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는 향후 추이에 따라서 차량 판매가격 조정을 통한 가격경쟁력 우위 확보가 점쳐진다. 유로화 가치 하락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물량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위험 요소도 포착된다. 이러한 변동성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소비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강달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상관관계를 가져 타 국가의 금리 인상을 부채질한다. 이는 자동차 금리 환경을 악화시켜 할부로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자동차 구입 시 할부나 리스 등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다수 카드사가 신차 할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롯데카드는 신차 할부 ‘다이렉트오토’의 금리(선수금 10% 이상 지불에 12개월 할부)를 기존 1.6%에서 최저 2.0%로 인상했다. 국내 자동차 리스 상품은 금리 10%에 이를 정도로 인상 속도가 빠르다. 포르쉐파이낸셜은 신차 구매 고객에게 적용한 평균금리가 10.20%, 도이치파이낸셜은 8.63%, RCI파이낸셜은 7.81%, 포르쉐파이낸셜은 7.74%, 폭스바겐파이낸셜은 5.79%, 토요타파이낸셜은 4.62% 등으로 나타났다.
중고차는 금리가 더 높다. 도이치파이낸셜은 중고차 구매 고객의 평균 금리가 10.58%, 토요타파이낸셜은 7.55%, 폭스바겐파이낸셜은 6.85%, BMW파이낸셜은 6.44%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완성차 부품 협력사들은 강달러 타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녀 이자를 감당하기 벅찬 한계기업들은 도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력업체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원청(완성차 업체)의 강달러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는 순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으로 각 지역마다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가격, 품질 등이 구매 결정에 주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강달러로 인한 지역별 환율 변동이 극심해도 판매가격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협력업체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주지 않는다면 협력업체들이 더욱 큰 부담을 지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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