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새 정부의 농업통상문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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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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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농업통상의 3대 현안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그리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협상을 들 수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난제이다. 이를 현명하게 풀기 위해서 우선 각각의 협상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이길수 있다는 명제는 농업통상에서도 유효하다,
 
먼저 WTO 농업협상의 경우, 당분간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협상 타결로 주요국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WTO 협상의 핵심국인 미국은 상품시장개방에 관한 한 WTO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구조상 첨단기술산업이 아닌 전통적 제조업은 더 이상 국제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품관세철폐로 대표되는 WTO식 시장개방으로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별로 없다. 미국이 상품보다 서비스, 특히 미국이 강점을 가지고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디지털무역과 첨단 반도체 등의 분야에 협상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 때문이다.

물론 세계 제1의 농산물 수출국으로서 미국도 농산물 시장접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관심은 관세철폐가 아니라 수입통관에 관련된 제도와 규범의 투명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산물 시장접근을 결정하는 요인이 과거처럼 관세가 아니라 동식물검역과 같은 통관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관세는 아주 높지 않는 이상 상품의 품질만 좋다면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는 장벽이다. 그러나 검역은 품질이나 가격에 관계없이 적용 가능한 유효한 수입통제수단이다. 미국의 사과가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수입되지 못하는 것도 검역이 주요 이유다. 지난 6월 제12차 WTO 각료회의에서 합의된 제네바 패키지에 동식물검역의 현대화에 대한 각료선언이 포함된 것도 동식물검역이 위장된 국경장벽으로의 활용을 막고자하는 축산물 수출국의 관심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WTO 농업협상에 관한 한 관세감축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음을 농업계에 적극 알려 시장개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농산물 수입통관과 관련된 제반 제도를 정비하고, 수출국들의 개선요구에 대비하는 것이 WTO 농업협상 대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이와같은 대책은 우리나라의 CPTPP 가입협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의 최대 난제는 농업계 설득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농업계의 반대라는 허들을 넘지 못했다. 새 정부가 CPTPP 가입에 뜸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농업계의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CPTPP 동향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빠른 CPTPP 가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의 CPTPP 가입이 일본 등의 반대로 시간이 걸릴수는 있으나 결국 가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도 거대한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CPTPP 가입이 CPTPP의 경제적 가치를 대폭 높임을 잘 알고 있다. 만일 중국이 우리보다 먼저 CPTPP에 가입하면 중국의 거대 소비시장은 일본 등이 선점하게 된다. 따라서 CPTPP 가입으로 인한 우리의 기대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우리의 CPTPP 가입비용은 대폭 늘어난다. 특히 농산물 시장개방은 중국의 요구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농업계는 더 큰 손해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농업계는 중국보다 먼저 CPTPP에 가입하도록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정부도 CPTPP 가입협상에서 어떻게 농산물 시장개방 폭을 최소화하고 동식물검역의 과학화에 따른 수입가능성 확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리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농업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일본 수준에 준하는 시장개방을 확보하는 협상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어떻게 예외적 수준의 개방을 확보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시 공산품에서 상대국에게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식물검역의 지역화에 따른 대책도 중요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WTO 농업협상 대책과 궤를 같이 한다.
 
최근 국제통상의 화두인 IPEF 농업의제에 대한 협상은 아직 그 전망이 쉽지 않다. 하지만 농산물 시장개방이 의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농업계가 시장개방을 우려해 IPEF 협상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농산물 시장개방이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농업계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IPEF 농업에서 다룰 수입통관 관련 규제의 투명성 제고와 과학과 위험평가에 기초한 검역 등을 통해 종전에 수입이 금지되었거나 어려웠던 농산물이 자유롭게 수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농산물 수입관련 제도나 규범의 개선이 농산물 관세감축에 버금가는 시장개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농업계의 반발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큰 이익이 기대되는 통상협상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농업계와 보다 긴밀히 논의하고, 그들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더 큰 국가적 이익을 위해 그들과 함께 협상을 추진하는 소통의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의 4대 경제정책방향의 하나인 ‘함께하는 행복경제’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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