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업계가 희귀의약품을 차세대 격전지로 삼아 개발에 한창이다. 희귀의약품은 그간 환자 규모가 제한적이고 임상시험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받아 왔지만 한 번 개발에 성공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으면서, 2026년에는 빅마파의 매출 중 희귀의약품 매출이 평균 26%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은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가 이끌고 있다. 특히 매출 1위 기업은 존슨앤드존슨으로 희귀의약품 매출이 급성장해 2026년에는 전체 매출의 40%까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의 ‘희귀의약품 시장 현황 및 전망’을 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희귀의약품 매출 선두 품목은 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Imbruvica)로, 매출규모는 약 98억달러(약 12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어 혈액암치료제 다잘렉스(Darzalex)와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트리카프타(Trikafta)가 각각 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와 52억 달러(약 6조8000억원)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KIMCo는 이 세 품목들이 2026년에도 매출 톱3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측했다.
KIMCo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은 2021년 약 1600억 달러(약 209조원)에서 2026년 약 2800억 달러(약 366조원)으로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비희귀의약품 시장에 비해 약 두 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며, 2026년에는 희귀의약품 매출이 전체 처방의약품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개발 중인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의 79%가 희귀의약품으로 향후 글로벌 신약개발 트렌드가 더욱 희귀의약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전통제약사 희귀의약품 개발 박차···기술수출 기대↑
국내 희귀의약품 개발은 최근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전통제약사들이 뛰어들면서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우선 한미약품은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 ‘국내 최다’를 기록하는 등 신약 개발 선두 제약사로 꼽힌다. 회사는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이 한미약품의 바이오 신약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지정 건수가 20건으로 늘어났다.
회사는 6개의 신약 후보물질로 10가지 질환에 대해 총 20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미 식품의약국(FDA) 9건, EMA 8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3건으로 국내 최다 기록이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희귀질환 중 하나인 섬유증 치료제 ‘DWN12088’는 지난달 FDA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 전신피부경화증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과도하게 생성된 섬유 조직으로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폐질환이다. 치료가 쉽지 않아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귀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 2030년 61억 달러(한화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은 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를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글로벌 말초신경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CKD-510 유럽 임상 1상과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종근당에 따르면 CKD-510은 건강한 성인 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약물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약물이 체내에서 일정 기간 흡수되고 배출되는지 알 수 있는 체내 동태 프로파일과 용량 증량에 따른 HDAC6 활성 저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전체 인구의 2500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2상에 진입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할 경우, 글로벌 기술수출도 기대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지원, 세금 감면 혜택 등 희귀질환 인센티브를 강화하면서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고,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신약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억짜리 세계 가장 비싼 약 ‘졸겐스마’ 건보 적용
최근에는 1회 투약 비용이 약 2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가 약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에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돼 업계 주목도가 높았다.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받게 되면 1회 투약비용은 최대 598만원으로 줄어들어, 희소병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에 건보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졸겐스마는 한국 건보 사상 가장 비싼 약이다. 건보 인정 약가는 19억 8172만 6933원이다. 다음 달 1일부터 환자는 건보 진료비 부담 상한제를 적용받아 최소 83만, 최대 598만원만 내면 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신약 개발은 초기 물질 발굴과 임상까지 거치면 10년 이상, 수천억원 이상이 드는 연구개발(R&D)비에 치료 대상 환자 규모 모집도 적기 때문에 약값이 고가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졸겐스마는 1회 투여(원샷) 약제다. 질병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척수성 근위축증 SMA1형 환자에게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SMN1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운동 신경세포를 생성하지 못해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근육이 약해지면서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건강보험 적용 결정에 따라 졸겐스마는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가장 고가 약이 됐다. 이제까지는 3억6000만원 비용이 드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가 가장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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