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세계 최고 '디지털플랫폼' 정부? 기대 반 걱정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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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2-07-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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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요즘 법정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정의감 넘치는 검사와 변호사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변화된 시대적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을 갖춘 정의로운 변호사 이야기가 특히 인기다.

분명 특정 장애에 대한 오해 소지가 없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자폐라는 특징 캐릭터는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했던 ‘레인 맨’ 속 레이먼드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극 중 레이먼드는 동생이 던져준 전화번호부를 통째 암기함으로써 식당의 웨이트리스 이름만으로 상대방 전화번호를 기억해 내던 장면은 지금의 우영우와 오버랩된다. 드라마 속 우영우 역시 법조문은 물론 한번 본 서류 내용을 페이지에 위치까지 읊으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에서 말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의 연속이었지만 시대에 따라 그 활용 방법은 사뭇 다르다. 먼저 1988년 레이먼드는 카지노에서 지극히 개인적 목적으로 돈을 따는 데 사용되었지만 2022년 우영우는 자기 능력을 다른 사람 변호하는 데 활용한다. 이처럼 남과 다른 능력을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작다. 솔직히 극 중에서 동료 신입 변호사는 우영우를 장애인이 아닌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시대적인 변화가 느껴진다.

늘어나는 데이터 시대에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쏙쏙 찾아냈으면 하며, 이러한 기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능력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마치 드라마 속 우영우는 우리가 꿈꾸는 인공지능처럼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지금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낸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과거 레이먼드와 달리 오늘날 우영우는 단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어 간다.

이달 초 정부는 세계 최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이라는 추진 계획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대국민 선제적·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든지, 인공지능·데이터 기반 과학적 행정 구현 등에 관심이 쏠렸다. 기대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본래 플랫폼이란 용어는 지하철이나 기차의 승강장을 뜻하며,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유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부를 변화시키겠다는 좋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다만 행정적 측면에서 이를 위한 뒷받침에 대한 변화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당연한 듯 이용하고 있는 정부24(옛 민원24)는 인터넷이 가지고 오는 효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에 적합하여 한때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소소한 과제로 출제하였다. 하지만 예전 주민등록등본을 가져 오라 하면 동사무소, 지금의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서 발급받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 학생들 중에는 온라인은 물론 행정복지센터에서조차 주민등록등본을 한 번도 발급받아 보지 못한 학생도 있다. 아직까지 모두에게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알면 편리한 전자정부 활용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지 않다. 실제 코로나 시기에 공적 마스크에 대한 5부제가 시행되면서 마스크 구입 시 본인과 해당 동거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등본이 요구되었다. 온라인 정부민원서비스인 정부24에서는 주민등록등본은 무료로 발급되지만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면 수수료 400원을 내야 한다. 이때 정부가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면제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여전히 출력해서 제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근로자 혹은 개인사업자라면 서류 제출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홈택스, 인터넷 등기소 등 서비스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편리함을 인식하기 위해 우리는 행정 서비스에 대한 변화를 몸소 경험하여 왔다. 올해 초 세종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 행정’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예상치 못한 높은 참여율에 담당자가 했던 말이 아마 세종시가 처음으로 이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강조한다는 귀띔을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우리가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정부 서비스가 데이터 기반하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데이터가 통합되어야 한다. 하나의 예로 모두가 각기 달리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될 때 비로소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전자정부 구성의 핵심은 국민 정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었고, 당시 동사무소를 관장하고 있던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간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면서 대립은 일단락되었지만 기대와 달리 국민적 공감대 없이 진행되면서 많은 문제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과거 정보통신부 업무가 여러 기관에 분산되면서 부처 간 업무 중복은 물론 선제적인 정책은커녕 부처별 결정 처리 속도가 느려 사후 조치에 급급했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은 빠른 의사 결정 속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정부는 넘쳐나는 사안들 속에서 뒷북치기도 버거웠다.

이번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대한 계획을 보며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고려 요인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정보 서비스의 원천은 데이터에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데이터가 준비되어 있는지, 보안은 문제가 없는지, 부처 간 데이터 공유에 대한 부분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참고로 이미 금융권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각 금융기관들이 서로 가진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는 자기 정보라 하더라도 각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곳에서 모아 보기 어려웠다. 지금은 법 개정을 통해 본인 요청에 의해 각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던 자산 상태를 한눈에 점검할 수 있으며, 은행과 기업들은 내 신용과 자산 상태를 분석하여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 분야 사례 중 하나지만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정책 기반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과거 레인 맨의 레이먼드는 네 살 때 정신병원으로 들어가 생활하였고, 우영우는 높은 학벌과 성적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6개월간 어떠한 로펌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다.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을 인식의 밖으로 불러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꿈 같은 그들의 능력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가 변화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 우리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부가 이야기하는 과학적 행정이 무엇인지 아직 감이 오지는 않는다. 다만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계획이 기존 프로세스 위에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허울 좋은 나누리 봉사 활동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정부의 플랫폼이 우리 일상 속 편견과 거부감 없이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필요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는 그러한 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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