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장애인 흉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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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7-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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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우 패러디 불편, 높아진 장애 인권 감수성

  • 기봉이 흉내 2006년엔 개인기, 12년 뒤엔 뭇매

  • 시대별로 가치관 변화, 장애 흉내 구시대 사고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ENA 방송화면 갈무리]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패러디가 장애인 희화화 논란을 불렀다. 극 중 주인공인 우영우(박은빈)는 자폐 장애를 지닌 인물. 그렇다 보니 우영우를 흉내 내는 이들은 상대방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거나 부자연스러운 손동작, 반향어(남의 말을 따라 하는 행위) 등 자폐인 특성만을 골라 행동을 묘사한다. 하지만 이를 본 누리꾼들은 웃음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장애가 여전히 재미 요소로만 소비돼 안타깝단 이유에서다. 

우영우를 패러디한 이들이 자폐 장애를 희화화하거나 비하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 문제가 된 한 유튜버도 "영상이 자폐 비하를 부추기고 조롱을 유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다만 자폐인의 행동적 특징만을 꼽아 흉내 낸 행위가 자폐인과 그 가족들에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살피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사진=MBC]

일각에선 우영우 패러디를 예능적 요소로 봐야 한단 목소리도 있다. 과거 예능 방송에선 영화 '맨발의 기봉이' 주인공 기봉이 흉내를 개인기로 취급해 왔기 때문. 기봉이도 우영우와 마찬가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겪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영화 개봉 당시(2006년)엔 기봉이 흉내가 개그 요소로 소비됐지만, 12년 뒤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2018년 기봉이를 연기했던 배우 신현준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봉이 인사를 해달라"는 MC들의 요구에 눈을 치켜뜨고 말을 더듬으며 "안녕하세요? 시...신현준이에요"라며 기봉이 흉내를 냈다가 뭇매를 맞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이날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인권 보호) 제3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지적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소수자 인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단 지적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차별적인 표현이 방송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란 의견을 밝혔다.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단 이유에서였다. 과거와 사뭇 달라진 장애 인권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인의 특성을 웃음거리로 소비해 온 문화는 이제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돼 가고 있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은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장애인을 희화화한 안무를 빼기로 했다. 2015년 국내 첫 공연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남자 주인공 친구들이 여자 주인공을 겁주기 위해 뇌성마비, 뇌병변 장애인 모습을 따라 하고 치마를 들치는 장면이 장애인 비하란 지적에 안무를 수정한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창작자가 여성 혐오나 장애인 비하를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시대적 흐름을 감안했다"고 했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장애 흉내를 두고 기봉이 때(2006년)는 맞고 우영우 때(2022년)는 틀리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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