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태로 본 노조파업 때 손배 방치...배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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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2-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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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임죄 관련된 기업 판단 경영 원칙' 명문화 필요해

  • "손해배상 입증도 어려운 상황, 인과관계 확실해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노조 파업 사태가 극적 타결로 마무리됐지만, 파업 기간에 발생한 배상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회사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청구하지 않으면, 주주들에게 배임으로 고소나 고발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 단정할 수도 없는 데다, 손배소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경영진의 배임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입은 손실은 총 8165억원 규모다. 매출 손실 6468억원, 고정비 지출 1426억원, 선박 11척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지체상금) 271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통상 파업이 길어지면, 회사는 파업으로 발생한 지체상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지체상금이란 회사가 이유 없이 거래처 간 계약상의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하고 지체해 손해배상금액 예정 성격으로 징수하는 금액이다. 지난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는 하청업체와의 교섭에서 '하청업체가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불법 파업 전제, 손해배상 가능 

그런데 협력회사들과 대우조선해양이 노조원 등에게 손배소를 하지 않으면, 주주들이 회사에게 '업무상 배임'을 이유로 들어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다. 손해배상 소송을 하지 않는 걸 회사의 배임으로 보려면 파업의 불법성이 먼저 인정돼야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쟁의 행위는 그 목적이나 방법,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사회적 질서를 위반하면 안 된다. 쟁의 행위의 불법성 여부는 수사를 통해 가려야 할 사안이다. 

유최안 금속노조 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을 무단으로 점거한 게 돼야 불법 파업이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업의 시설을 (쟁의 행위를 하는 이들이) 전면·배타적으로 점거하면 불법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에 나와 있다"면서 "노조법엔 점거 행위를 할 수 없는 이유를 대통령이 정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파업이 불법이라고 인정돼도, 기업 입장에서 파업을 통해 발생한 정확한 손해금액을 산출해 내는 건 또 다른 난제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회사의 '손해금액'이란 건 여러 가지 요인이 연관돼 있는 문제"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대외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해외에서 발주한 게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손배소 도중 취하해도 배임 적용 가능

법조계에선 회사가 '불법 파업'에 따른 손배소를 도중 취하해도 법리상 배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기화된 파업으로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는데, 이를 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사측의) 손해가 발생한 게 분명한 상황에서 손배소 청구를 하지 않는 건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배임이 되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확실히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며 "불법 파업이어도 사측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데 기여를 하면 배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민사적 불법보다 형사적 불법이 인정되는 게 상대적으로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 한진중공업이 '최장기 해고자'인 김진숙씨를 37년 만에 복직시킨 것도 '형사적 불법'이 인정되기 어려웠던 이유에서다. 당시 금속노조 법률원은 "김씨를 복직시키는 게 사측의 업무상 배임이 되려면 경영상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나 동기, 사업 내용,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 개연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파업으로 인한 배임 적용..."일관된 기준 없어"

한편 재계에선 파업으로 노조 측에 손배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주에 대한 배임을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다. 재계 관계자는 "배임 관련한 기업 경영 판단 원칙은 우리나라에선 명문화돼 있지 않다"며 "기업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늘 '예측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해 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원도 이 문제에 대해 회사의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범위를 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면서 '업무상 배임'을 엄격하게 해석해왔다. 부장판사 출신 B변호사는 "배임이 '업무에 위배된 것'인데, 포괄 범위가 넓어 (재판부도)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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