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물가정점 저울질…연준 셈법 더 복잡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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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7-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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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도 조절해야 VS 폴 볼커 길 가야 팽팽

  • 경기침체냐 아니냐 논쟁…연준 행보 안갯속

시장의 눈이 9월로 향한다.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확산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는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경기 연착륙을 위해서 연준이 인상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시각과 물가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거침없는 인상 속도를 한동안 유지해야 고물가 고착화를 차단할 수 있다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선다. 
 
속도 조절해야 VS 폴 볼커 길 가야 팽팽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6월 조사에서 기록한 30%에서 47.5%로 높아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개펜은 올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는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학교 교수도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연준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머스 교수는 세금 인상, 수입품에 대한 관세 철폐, 의약품 가격 인하 등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2021년에 우리가 했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나중에 훨씬 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준은 조심해야 한다”며 “1960~1970년대를 보면 통화 정책을 다소 완화했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시기들이 있었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물가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빈틈을 보였다가는 고물가가 뿌리내려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우려다.
 
드레퓌스앤멜론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빈센트 라인하트는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야 물가 압력이 완화할 것이라고 봤다. 실업률이 지금의 3.6%에서 6%대로 껑충 뛰는 등의 경기 수축을 촉진해야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로렌스 마이어 전 연준 이사 역시 금리인상이 중단되거나 인상 속도가 주춤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높일 수 있기에 연준 관료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연준이 금리인상에 주춤할 경우 기업과 근로자들이 물가를 올리는 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고, 결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전투에서 패배하는 사달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어 전 이사는 실업률이 5%까지 치솟는 경기침체를 통해 2024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연준의 관점에서 경미한 경기침체는 아마도 꽤 좋은 것일 듯”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냐 아니냐 논쟁…연준 행보 안갯속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는 미국의 2분기 GDP를 마이너스(-) 1.6%로 예측한다. 반면 블룸버그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2분기 GDP가 반등할 것으로 봤다.

만약 오는 28일(현지시간) 발표되는 GDP 공식 데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미국 경제는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탄탄한 고용시장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경기침체를 공식 정의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이 시기를 침체로 규정한다면 놀랄 것"이라며 "우리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달에 40만개 일자리를 신규 창출했다면, 이는 경기침체가 아니다”라며 "경기침체를 확실히 피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 시장을 강하게 유지하면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기침체 자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의장이었던 쉴라 베어는 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두 번의 경기침체를 통해 긴축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파월 의장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경제를 경착륙으로 몰고 가더라도 장기적으론 경제에 오히려 득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FT는 경기침체 위험과 물가 정점 사이에서 연준이 저울질해야 하므로 이달 이후 연준이 어떤 금리인상 전략을 펼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평했다.
 
최악의 인플레이션 충격이 지났다는 잠정적 예측으로 인해 연준의 향후 경로 결정이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FT는 “유가 및 기타 원자재 가격이 최근 최고치에서 하락해 주요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한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임대료 및 기타 서비스 관련 비용의 상승은 이를 상쇄할 위협이 되며 중앙은행이 긴축 프로그램을 완화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봉쇄정책도 변수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경우 공급망 혼란이 종식될 것이란 희망이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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