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도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몇 달 내 고점을 지난다면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속도조절론을 언급했다.
27일 서영경 위원은 ‘통화정책 기조변화 배경과 리스크 요인’ 제하의 특별강연을 통해 "향후 금리 인상 속도는 하반기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고 물가상승률이 수개월 내 고점을 지나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점진적인 인상 경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위원은 지난달 한은 금통위가 사상 첫 빅스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은 성장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고물가 고착화를 막고 한미 금리 역전 시기를 늦추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물가 급등 속 금리 인상의 물가 파급 시차가 수 개월에 이르는 데다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데 물가 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 축소와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외국인의 증권투자 순유출 등으로 작년 말부터 외환수급이 순유출 전환되면서 경각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원화 절하 압력과 외채 증가 유인을 완화하기 위해 내외금리차 빠른 역전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6%를 상회하다가 3분기 고점을 보이고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3%를 넘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겨울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다면 물가 고점은 뒤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민간부채가 고소득, 고신용 차주 중심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시스템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했다.
서 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긴축을 중단할 경우 추후에 인플레이션 재발로 더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성장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역사적 경험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물가상승률이 수개월 내 고점을 지나 안정세를 찾으면서 점진적 금리인상 유인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그는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물가의 ‘상충관계(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관계가 심화될 경우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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