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부총질' 문자에 이준석 '양두구육' 응수...대통령실 "확대 해석 바람직 않다"

대통령실 "이준석 오해 않기를"...李 "오해 소지 없이 명확하게 이해"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릉도 성인봉 방문을 알리며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고 적었다. 이어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그 섬'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윤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장면은 국회 취재기자에게 포착돼 공개됐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 국민이나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최 수석은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아는 한 대통령께서는 당무는 당과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일일이 지침을 주시거나 하신 일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촬영해서 공개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이슈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최 수석은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의 문자에서 언급된 '강기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있지만 동일인물인지는 모르겠다"면서 "기획비서관실에서 일정관리, 일정조정 등의 업무를 보좌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권 대행의 추천으로 들어온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입직경로는 모른다"며 "아직 정식발령은 나지 않아서 임용절차가 진행 중인 걸로 안다. 임용이 되면 행정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강기훈씨가 대안 우파를 주장하며 2019년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하고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씨는 1980년 생으로 지난 대선 기간 권 대행과 가깝게 지내며 청년 정책 등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밝힌 적이 없다며 해당 문자는 권 대행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이 대표도 오해는 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문자에서 "전혀 오해의 소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며 "못 알아 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