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공포 초입] 'R'의 문 앞에 선 한국..."이대로라면 더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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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7-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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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차례 연속 금리 올려도...물가·환율 고공행진 계속

  • 이창용 "올해 안에 물가 정점 가능성↓…고물가 지속"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은 7월 13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회색코뿔소가 한국 경제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 계속해서 경고음이 울리지만,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회색코뿔소'는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사태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과는 다르다. 대비책 없이 빠르게 달려드는 회색코뿔소를 바라만보다가는 더 큰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실물과 금융 부문이 동반 위기를 겪으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악재까지 마주했다. 
 
적신호 켜진 성장 엔진...수출, 넉 달 연속 적자 가능성↑
한국 경제의 든든한 성장 엔진인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26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3.1% 감소했다. 1분기 성장률을 떠받쳤던 수출이 2분기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도시 봉쇄, 공급망 차질 등 대외 악재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무역수지는 석 달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의 무역수지 적자는 8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4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퍼지면서 주요 도시가 봉쇄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중국의 제조업 기술력 향상과 미·중 무역전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3505억 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액은 814억 달러로 23.2%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25.1%)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5월 11억 달러, 6월 12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는데, 이번 달에도 적자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요인으로 경기 둔화 우려...IMF, 2.3%로 하향 조정
이처럼 대내외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는 최근 두 달 연속 '경기 둔화'를 우려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대외 여건 악화 지속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향후 수출 회복세 제약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경기둔화' 우려를 밝혔는데 이번 달에도 경계감을 유지한 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2%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 앞서 내놓은 전망치보다 낮춰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 조정했다. 3개월 전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내린 수준이다.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어두워진 세계 경제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IMF의 이번 전망은 주요 기관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6%로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지난달 2.7%로 수정 전망을 내놨고, S&P는 2.5% 성장을 예상했다.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IMF는 "통화 긴축으로 비용이 들지만, 물가 대응이 늦으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 정책이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빅스텝에도 오르는 물가·환율..."재정정책 펼칠 때"
정부가 애초 내놓은 금리 인상 카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3고 현상'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지만, 물가는커녕 환율도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물가는 전월 대비 0.6~0.7% 올랐다. 올해 초 3%대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6.0%까지 치솟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대 후반에서 8%대에 달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도 당분간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점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물가 정점은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물가가) 정점 이후 급속히 낮아질 가능성보단 당분간 완만하게 떨어져서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향후 1년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보다 0.8%포인트 오른 4.7%였다. 한은이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난 6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13.15%나 급락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같은 기간 16.57%나 감소했다.

환율도 천장이 뚫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환율이 계속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는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93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08년 11월 금융위기 때 이후 최대였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긴축 재정 기조로 방향을 틀면서 사실상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확장 재정을 편성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속해서 치솟는 물가에 대한 방어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취약계층에 대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때"라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내년까지는 계속해서 확장적 재정 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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