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탭'을 단행했지만 주식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긴축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주목을 촉구했다.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7월 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9월 FOMC에서는 데이터와 전망치를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세한 가이던스는 제시할 수 없다"며 "크게 인상하다 특정 시점 이후 인상 폭을 낮추는 것은 상식적인 결정이다. 연준 목표는 물가를 낮춰 연착륙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 발언은 주식시장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연준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 등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 금리 인상 폭이 낮아질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비둘기파적인 파월 의장 발언에 즉각 화답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1.37%, S&P500지수는 2.62% 상승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4.06%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함께 2023년 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물가가 안정되면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서 금리 인상 폭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낮췄다"며 "9월 FOMC 전에 7~8월 물가와 고용지표가 안정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연준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PB들은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개선이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성장주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연준이 긴축 기조를 펼치면서 성장주들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밸류에이션 조정을 받았던 만큼 실적이 받쳐주는 성장주들은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WM지점장은 "긴축 완화 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만큼 당연히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통과하는 징후가 보이는 만큼 돈을 잘 벌고 있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빅테크 성장주가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섹터별로는 구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 섹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 BBB(Build Back Better)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탄소중립을 추진하던 유럽도 러시아의 천연가스 차단으로 인해 에너지 자립이라는 명분이 추가로 생기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희권 메리츠증권 광화문금융센터 2Sub지점장은 "주식시장은 이미 역금융 장세를 넘어 역실적 장세에 진입한 상황이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면 결국 연준은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미 2023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지금은 성장주를 사모으기 시작할 때다. 역실적 장세 다음 단계인 유동성 장세가 오면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가치주가 해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리 인상기 이후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전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상구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 차장은 "긴축 속도 조절에도 급반등 기대감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옥석 가리기 국면인 만큼 가치주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 국고채와 단기 회사채 등을 통해 경기 침체 우려와 통화정책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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