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195개국의 인구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2678만명으로 현재보다 반 토막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2100년까지 출산율을 1.20명으로 보고 추산한 수치다. 출산율을 1.10으로 계산한 통계청 자료에서는 3분의 1 수준인 1669만명이다. 2020년 실제 출산율인 0.84를 기준으로 하면 인구 감소는 훨씬 심각해져서 지방 소멸은 물론이고 국가 소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올해 우리나라 GNI가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불과 70년 만에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하는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국가 소멸이라는 암울한 그림자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다. 선진국의 인구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왜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고 그 해법은 무엇일까.
지방 재생 방안으로 ‘압축도시’ 전략을 제시한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저서에서 “지방도시의 쇠퇴는 예측을 넘어 이미 현실이 되었고, ‘저출산·고령화·저성장·도시화’의 메가 트렌드 속에서 소멸은 빠르게 진행되어 머지않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며 조속히 지방 도시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멸을 막으려면 사람이 모여들어야 할 테고 그러려면 일자리 특히, 20·30대 청년들을 불러들일 양질의 일터가 필요할 것이다. 안정적인 육아, 교육, 의료 등 주거 여건은 그다음 일이다. 문외한의 단견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체가 많아지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함에 따라 창출되는 경제적 이익이 인구 증가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
필자 고향은 지방 소멸 일번지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전북이다. 구순의 노모가 독거하고 있는 시골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늘어나는 빈집을 보며 유년시절 추억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상실감에 사로잡힌다. 실향(失鄕)의 위기에 봉착한 필자가 최근 지방 소멸의 해결책으로 내 오랜 소망을 뒷받침하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과기 특성화 대학들이 소재한 지역들은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DGIST가 있는 달성군은 2000년 17만명이던 인구가 2020년 27만명으로 늘었고 곧 30만명에 이를 전망이라 하며, 또 개교 13년째를 맞은 UNIST 소재 지역인 울주군 인구는 국내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최근(2022년 5월 25일) 모 일간지와 인터뷰하면서 “세계적 연구집단이 생기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대학 교수나 졸업생들이 창업한 학교기업뿐 아니라 산업체들이 산학 협력으로 첨단 기술을 지원받기 용이한 학교 주변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란다. UNIST는 교수진 400여 명 가운데 50여 명이 창업하여 대부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첨단 산업 육성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전북은 2013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타당성 연구 용역을 의뢰하여 전북의 전략 산업이나 뿌리산업 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신산업 3~4개 분야에 집중한 작지만 강한 과학기술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받아든 바 있다. 새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도 결국은 수도권 1극 체제를 벗어나 자생력 있는 몇 개의 다극 체제로 국가균형발전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라면 그에 부응하는 방안으로 대구 DGIST-울산 UNIST-포항 POSTECH 등 연구 삼각지(Research Triangle)가 동해안 지역 발전을 견인하도록 하고 서해안에도 대전 KAIST-전주 전북과학기술원(가칭)-광주 GIST가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소 분원이나 대학과 연계하여 금강-만경강-영산강을 잇는다는 의미인 가칭 삼강 연구대(三江硏究帶·Three river research belt)를 형성하여 상생하며 국가의 성장엔진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지역 회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GNI 5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발돋음할 것을 확신한다.
우리나라 국토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54%의 청년이 몰려 있는 선진국 최고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고, 주택 소유를 고집하는 국민 성향과 맞물려서 결국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로 전락하며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부동의 최하위가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더 늦기 전에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지역도 살리고 나라도 살리는 해법이다. 수도권에 몰려 아등바등 사는 삶을 벗어나 독일,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전 국토에 걸쳐서 여유롭게 살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국민 모두가 대오각성하여 ‘대한민국 구하기’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