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철학이 살찌면 정치에 가까워진다"...선도국가 도약에 '교육'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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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승호 기자
입력 2022-08-0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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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정권과 비교 말고 자신만의 철학과 공정·정의·상식 가져야"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사진=박승호 기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사진=박승호 기자]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이자 새말새몸짓 이사장은 올해 1월 정치인 안철수를 돕기 위해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많은 이들이 놀랐다.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이끌며 정권교체에 이바지했다. 지금은 정치에서 물러나 함평에 세운 ‘기본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최 교수는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하면 대한민국 정통성이 더 손상되고 산업과 법률, 교육 전반이 흔들릴 것으로 보고 정권교체를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이면 정치 참여가 아니라 그 이상도 할 뜻이 있다고 해 여운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국정 철학 빈곤이 가장 큰 원인이며 고유 상표인 공정과 정의, 상식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 정권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의식을 끊고 자신만의 철학을 갖기를 권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대통령 취임 후 두어 달 동안 보여 준 문제점이 임기 내내 고쳐지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자만 바뀌고 정치는 바뀌지 않은 채 너무 오랜 시간을 허송했다면서 도약할 때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철학자가 정치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철학이 살찌면 정치에 가까워지고, 정치가 살 빠지면 철학에 가까워진다. 원래 철학과 정치는 생겨난 날이 같다. BC 6~7세기경이다. 문제를 주먹으로 해결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인간이 ‘말(개념)'로 해결하는 장치를 만들기 시작한다. 바로 철학과 정치다. 문제를 발견하면 공동체와 자신을 위해 그것을 해결하려고 헌신하는 것이 철학자의 기본 자세다. 구경꾼이나 평가자의 태도는 철학적이지 않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은 대부분 정치 행위로 완성된다."

-정치 현장을 경험한 소감은.
 
"교육 수준이 정치 수준을 좌우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반드시 먼저 배워야 할 것들, 즉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의지나 염치나 생각하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것 같다. 학교가 기능적 교육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정치도 기능적 정치에 갇혀 있다. 생각하는 능력이 배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영 정치는 정치인이나 유권자 모두 생각하는 능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치 현장이 최고의 수행처였다. 그리고 반드시 경험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매우 좁고 얄팍하게 살다 갔을 것이다."

-지금도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지.
 
"임시직이라고 할 수 있는 상임선대위원장을 벗고 난 후 정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세상 속에서 사유를 일구고, 그것을 실천하는 자세를 가지는 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본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이면 정치 참여가 아니라 그 이상도 해야 좋은 사람이다."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철학의 빈곤이다. 국정 철학이 분명해야 거기서 ‘필요’가 나오고, ‘필요’에 맞춰서 인재를 고르고 하는 일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나 국정이 유기성을 회복하게 된다. ‘서오남’이니 ‘검사 일색’이니 하는 평가는 국민이 인사를 ‘필요’가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해서 이뤄진 것으로 인식함을 반영한다. 공정과 정의와 상식이 윤석열 정치의 고유한 상표였는데, 국민은 그것들이 이미 다 희미해졌다고 본다. 전 정권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 앞에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 전 정권보다는 낫지 않으냐는 항변이 오히려 더 사고의 한계를 보여줬다. 국민은 윤석열만의 고유함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유함’이라는 게 무엇인가.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만 하기보다는 다르게 하려고 하다가 더 좋은 결과를 낼 때가 많다. 경쟁하려고 하는 한 하나의 경쟁 틀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같은 경쟁 틀 속에 있는 한 근본적인 의미에서 더 나아지거나 달라지기 어렵다. 달라지려면 ‘고유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상대적인 우위에 서려고 하다가는 진화에 파격성이나 속도를 더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권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의식을 끊어야 한다. 전 정권을 상대로 두는 한 전 정권 수준을 넘기 어렵다.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적 시선으로 가득 차야 한다.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가장 초보적인 힘이 의외성인데, 그 의외성이 고유함에서 나온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제가 정권교체를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방식으로 할 때 이유이기도 하다. 헌법 수호 의지가 강하다.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놓고 정책을 펴는 경우가 자주 있다. 북한 어부 북송 문제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을 정치적 편의에 따라 임의로 사용하던 것과 다르게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맞춰 적용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소한 본인이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임을 잊지는 않을 것 같다. 국가와 민족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 환경에서는 매우 어렵고 도전도 만만치 않다. 사실 광복 후부터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정체성을 회복할 것이다."

-취임 3개월도 안 된 마당에 평가가 너무 야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배양되지 않았다. 생각하는 능력이 바로 교정 능력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교정 능력도 없다. 지도자들은 취임 후 두어 달 동안에 보여준 것이 그 사람의 전부일 확률이 높다. 20여 년 동안 대통령들이 취임 초에 노출한 문제들은 교정되지 않고 임기 끝까지 갔다. 교정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외이기를 바란다."

-정치 지도자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공하려는 지도자는 정권을 차지할 때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야 하지만, 차지한 후에는 바로 두려움에 휩싸여야 한다. 서울시장을 아무리 잘했어도 서울시보다는 대한민국이 100배는 더 크고 복잡하다. 검찰총장을 아무리 잘했어도 검찰보다는 대한민국이 1000배는 더 크고 복잡하다. 그래서 노자가 나라를 ‘신령스러운 기물(神器)'이라고 한 것이다. 나라는 알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차이를 감지하는 식견이 있어서 두려움에 휩싸이면 어쩔 수 없이 눈이 밝아지고 귀가 밝아진다. 말실수도 줄고 자신보다 더 큰 사람을 옆에 둘 수 있다. 지도자는 졸개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보다 큰 사람을 알아보고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서울시장이나 검찰총장은 졸개를 부리는 방식으로 해도 할 수 있지만 나라는 그렇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력 다툼이 한창이다.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권력 다툼이 한창인 것은 여당도 마찬가지다. 정당이 대내적이나 대외적으로 권력 다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권력 다툼 이상의 것을 모르고 권력 다툼만 할 줄 안다는 데 있다. 우리 정당은 이념도 철학도 없이 그냥 대통령 권력 만드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정치 실종이다. 민주당은 민주, 인권 등 핵심 가치를 권력 하부 개념으로 추락시켰다.

이념이나 철학에 무지한 채 권력 추구를 지상 목표로 둔 것은 여야 모두 다르지 않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세력이 아니고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는 능력 정도나 정치 습관으로 봤을 때 전략 국가나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것은 기존 세력으로는 힘들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강해진다. 이제는 건너가야 할 때다."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교육이다. 미래는 시간이 열어주지 않는다. 준비된 인재만 열 수 있다. 미래를 열기 위해 인재를 준비하는 일이 교육이다. 한 나라는 두 기둥 위에 굳건히 선다. 국방과 조세다. 굳건한 두 기둥 위에서 국가는 두 톱니바퀴로 작동한다. 교육과 정치다. 교육은 고도의 정치 행위이고, 정치는 매우 영향력 있는 교육 환경이다. 교육에서 제대로 된 인재가 공급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치도 없다.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또 스스로 도약이라는 큰 사명에 직면해 있다. 이때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우리는 새 시대를 여는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지 않은 지 이미 오래다. 서둘러야 한다." 

-건명원을 운영했고 전남 함평에 기본학교도 세웠다. 왜 기본학교인가.
 
"교육자로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누구나 기본만 잘돼 있으면 탁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가 수준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유권자를 포함한 정치 참여자들이 ‘생각’이라는 기본이 아직 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기본 가운데 기본은 생각하는 것, 염치를 아는 것, 연민의 마음이나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욕망 등이다. 기본학교에서는 철학, 산업혁명, 블록체인, 음악, 체육 등 5과목을 함께 즐기면서 기본을 단단히 갖추는 일을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를 자신에게 자주 묻는 사람은 기본이 단단해진다."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이라는 책을 냈다. 책 내용도 기본과 관계된 것인가.
 
"당연하다. 자신을 자신에게 설명할 줄 알고, 그 설명 과정에서 스스로 감동하는 경험을 하면 신이 와도 말리지 못할 진취성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믿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 이상으로 태어났다. 정성을 다해 자신을 지키고 잘 가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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