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넘보는 中 전기차] 中 판매량 500만대 돌파 전망...韓 수출 위협한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관련 업계는 올해 판매량 500만대 돌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간 전기차 판매량 500만대는 업계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현대차, 기아 등 국내 기업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규모의 경제’ 분기점 여겨지는 연간 판매량 500만대···中 전기차 날개 달까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500만대 규모를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은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가 전년(2020년) 대비 166.2% 확대된 300만대 규모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에도 220만대를 기록하면서 중국 전기차업계는 올해 연간 500만대 정도 판매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500만대라는 수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에서 1년 동안 판매되는 차가 2000만~2500만대가량인데 이 중 500만대가 전기차라는 것은 전기차 비중이 최대 25%에 달한다는 의미”라며 “길에 돌아다니는 차 4대 중 1대가 전기차라면 시장 주도권을 전기차가 완전히 쥐고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된다면 중국을 필두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500만대라는 숫자와는 별개로 이미 중국 기업들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이미 비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낮은 인건비, 정부 보조금 등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경제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아주경제]

中 상위 10개 브랜드 중 9개가 자국 기업···BYD,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중국산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서 질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한 급성장이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차종 상위 10개 중 9개가 중국 기업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비야디(BYD)가 38만7456대를 판매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고 상하이GM우링과 테슬라가 각각 13만2658대, 10만9812대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 순위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으로 기준을 넓히면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기업은 BYD(5위), 지리(6위), 창안(7위), 창청(9위) 등 4개 기업에 불과했다.

자국 내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전 세계 순위에서도 수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수치긴 하지만 SNE리서치는 올해 상반기 BYD가 64만70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57만5000대)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 조사에서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이 37만대로 독일 폭스바겐그룹(31만6000대)과 한국 현대자동차그룹(24만8000대)을 제치고 3위에 오르는 등 중국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자국 시장 잠가 확보한 경쟁력으로 해외시장 ‘노크’···韓 전기차 어쩌나

관련 업계는 중국 전기차 산업 성장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브랜드 신뢰도와 영향력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게다가 올해 중국이 자국 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원가에서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터리 가격이 최근 불안정해져 완성차 기업들의 시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 교수는 “중국은 (배터리) 원자재를 자급자족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과는 조금 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데다 완성차 상당수를 수출하고 있어 변수가 많다.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중국과의 전기차에서 대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중국산 전기차가 전 세계 시장에서 많이 팔린다거나 품질까지 인정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국 전기차가 품질이나 신뢰성 등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전에 시장에 브랜드 신뢰성을 각인시키는 등 확고한 판매 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