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증권업체 인수·합병(M&A)을 둘러싼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지난 2년간 이어졌던 업계 활황이 올 들어 급격히 꺾이면서,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올 확률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다. 이외 OK금융그룹도 증권사를 품을 경우,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증권사, 상반기 영업익 급감
2일 금융업계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4곳(NH투자증권·KB증권·하나증권·신한금융투자)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하나증권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이 1391억원으로 작년보다 49.6% 줄었다. 신한금투 순익 역시 1891억원으로 41.4% 감소했다.
이는 지주 내 순이익 기여도 감소로 직결됐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익 기여도는 16.4%로 전년(41.2%)보다 24.8%포인트나 떨어졌다. KB증권의 순익 기여도 역시 6.6%로 8.5%포인트 하락했다.
아직 발표 전인 증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37.37%), 키움증권(-35.78%), 삼성증권(-33.22%) 등 국내 주요업체의 실적은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까지의 분위기와 명확히 대비된다. 작년도 58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9조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4.2% 급증한 바 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증권업계 실적이 크게 악화한 셈이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앞으로도 점진적 인상 기조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대적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은 얼어붙고 거래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증권 업종 14개로 구성된 KRX증권지수는 지난해 5월 고점(2355.47)을 기록한 후 이달까지 30% 넘게 감소하면서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우리금융, '하반기 적당한 매물 나오려나' 예의주시
이에 금융권에선 올 하반기 중 M&A 시장에 적당한 증권사 매물이 등장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까지만 해도 활발한 물밑 접촉이 오고 갔지만,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 이후 자산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증권사들이 저마다 ‘역대급 수익’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피인수자 입장에서는 알짜인 회사를 굳이 팔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올 들어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이 급물살 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 주요국은 동시에 긴축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실적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이는 즉, 다시 증권사 판매에 나설 동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예의주시하는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완전 민영화를 이뤄낸 이후 줄곧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해왔다. 현재 5대 금융 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 계열사를 가지지 못한 게 이유다. 단순 실적적인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종합 금융사’로 발돋움하려면 증권사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23년까지는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 올 상반기 말 20%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앞선 실적발표 자리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전무(CFO)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비은행 M&A에 더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관련 행보에 힘을 받을 여지도 커졌다. 현재 시장 내 잠재 매물로는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정도가 거론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지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와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다. 유안타증권은 대만계 유안타그룹이다.
JB금융·OK금융도 증권사 인수 '눈독'
JB금융도 증권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3대 지방금융지주(BNK·JB·DGB) 중 유일하게 증권 자회사를 두고 있지 않은 게 이유다.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 승인을 받으며 이를 위한 토대도 마련했다. 이후 그간 약점으로 지목돼왔던 ‘자본적정성’ 문제를 해결했고, 증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통상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면 자본비율이 상승한다. JB금융은 향후 자본비율이 1%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공식적으로 ‘비은행 이익’ 확대의 중요성은 줄곧 강조해오던 상황이다. 앞서 벤처캐피탈인 메가인베스먼트를 인수하는 등 관련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과의 인수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긴 쉽지 않을 거란 시각이 아직까진 우세하다.
OK금융그룹도 증권사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OK저축은행과의 시너지가 상당할 거란 판단 때문이다. 소매금융사업 부문에서 스탁론(주식 담보 대출)을 연계해 영업을 확대하는 식이다. 주식거래를 기반한 신용융자 사업 시도도 가능하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3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대부업 청산 및 당국 인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으려면) 먼저 2024년까지 예정돼있는 대부업(러시앤캐시) 청산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외에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단기간 내에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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