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명암] 산업부, 통상 조직 명칭 개편...신북방 정책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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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8-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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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이 공들인 '신북방', 尹에겐 '아웃 오브 안중' 왜?

  • 성과 있었던 신북방·신남방 전략...IPEF에 미래 엇갈려

  • "공급망 다변화와 무역 적자 개선 위해 실리 챙겨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영상회의실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공동 주재로 화상으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윤석열 정부가 통상에서도 전 정권의 잔재 지우기에 나서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두고 통상 당국 내 각 부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IPEF 해당 지역인 신남방 관련 부서는 공급망 확보에 드라이브를 거는 반면 중국, 러시아 관련 지역인 신북방 정책은 사실상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근 적자 늪에 빠진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활로로 신북방 정책이 제안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8월 중 일부 조직 명칭을 변경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직 명칭 변경을 추진해 8월 중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규모는 아니고 일부 몇 개만 명칭을 변경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 개편도 검토 중이며 현재 관련 사항들을 진단 중”이라며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칭 변경 대상 조직에는 신북방통상총괄과, 신남방통상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조직은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부서다. 문 정부는 산업부에 이어 기존 청와대 통상비서관을 신남방·신북방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신남방·신북방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신북방 정책은 문 대통령이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부유럽, 몽골, 중국 동북3성 등 유라시아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 창출과 평화 정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다. 한국은 러시아와 서비스·투자협정, 우즈베키스탄 등 해당 지역에서의 FTA 플랫폼 구축 협의 등에 나섰다.

신남방 정책은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 등 3P 전략을 통해 아세안, 인도를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 동등한 수준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과 양자 FTA를 체결해 시장 개방성을 향상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신남방 지역은 관련 정책을 펼친 첫해인 2017년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남방 정책 시행 이후 2018~2020년(365억4300만 달러)간 투자액이 시행 이전 3년간인 2015~2017년(210억7400만 달러)보다 73% 증가했다. 투자 분야도 전기자동차, 배터리, 전자기기 등 다양한 업계로 확대됐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부유럽 등 신북방 지역에서도 1026년 72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이 2019년 138억 달러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3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당시 산업부는 한국 기업 진출과 관련해 러시아와의 선박·자동차 분야 협력을 비롯해 카자흐스탄과 포괄적 경제협력 프로그램 공동 추진, 우즈베키스탄과 에너지·자원 및 디지털·그린 분야 협력 강화 등 실질적 성과를 도출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은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일대일로란 중국부터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로, 2013년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중국의 신경제 구상의 주축이다.

함께 성공 가도를 달리던 두 정책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갈 길을 달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 지난 2월 RCEP 발효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IPEF 참여를 추진 중이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의 신남방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반면, 신북방 정책은 사실상 폐지 수순이다.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한국도 대러 제재에 참여하면서 러시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지역과 교류는 중단 상태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러 제재 참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독립국가연합(CIS)으로 수출액은 총 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57억7600만 달러) 대비 34.8% 급감했다.

IPEF 가입으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도 신북방 정책에 걸림돌로 꼽힌다. 미국의 주도로 출범한 IPEF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을 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IPEF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IPEF의 주요 내용과 우리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IPEF 참여로 인한 국내 기업의 새로운 경제적 기회 증가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의제는 중국과의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갈등의 골은 날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IPEF에 이어 한국, 일본, 대만 간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 구성을 추진하며 중국과의 패권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칩4에 대해 ‘인위적으로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학계에서는 최근 무역 적자 개선을 위해 신북방 시장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7월 무역수지 적자 4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넉 달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박석재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정부 같은 경우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치·경제 균형적인 정책을 취했는데 현 정부는 한 방향으로 쏠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가까이할 수밖에 없지만, 경제적으로는 열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북방 정책도 공급망이나 무역 다변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안이기 때문에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경제적으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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