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후폭풍] TSMC 찾는 펠로시 미‧대만 반도체 동맹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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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8-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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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디커플링에 반도체 공급난 악화 우려

  • 중국 그레이존 전략으로 대만 반도체 옥죌 듯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거리에서 행인들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환영하는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후폭풍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휩쓸 전망이다. TSMC 등 굴지의 반도체 기업의 본거지인 대만의 안보 리스크가 반도체 공급난을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사재기에 나서면서 반도체 보릿고개가 길어질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3일(대만 시간으로 4일)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마크 리우 회장과 만난다.
 
이번 만남의 주요 의제는 최근 미 의회 문턱을 넘긴 ‘반도체 및 과학법’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법으로 통하는 해당 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펠로시 의장과 TSMC 회장의 만남은 반도체를 둔 미-중 패권 전쟁에서 TSMC가 미국 쪽에 서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펠로시 순방, 반도체 업계에 ‘불똥’ 튀나

펠로시 의장의 대만 순방의 초점이 ‘반도체’ 분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무엇보다 대만이 중국의 영토로 편입될 경우 미-중 반도체 경쟁에서 미국이 필패할 것이란 점을 우려한다.
 
TSMC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는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기업이다. 미국의 F-35 전투기, 자벨린 미사일 등 군사 무기를 비롯해 미국 주요 연구소의 슈퍼컴퓨터 등에는 TSMC가 제조한 반도체가 사용된다.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술 기업들도 TSMC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문제는 중국이 대만 영토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이다. 만일 중국과 대만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반도체 공급난이 악화한다면 미국 경제와 안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TSMC 등 반도체 기업에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는 이유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이미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반도체 업체, 특히 대만업체들은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부수적 피해를 볼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으로 인한 여파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더 교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 인텔,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TSMC에 대한 의존도가 큰 점을 고려할 때 대만의 안보 위기는 사실상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기술 업계 전반의 위기로 볼 수 있다.
 
리우 TSMC 회장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TSMC를 무력으로 취하는 움직임이나 군사 행동은 반도체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킬 뿐만 아니라 세계 첨단 반도체 부품 대부분이 사라지는 경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TSMC는 미-중 긴장 고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일본에 86억 달러 규모의 공장 등을 건설하는 것은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앞으로 3년간 약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가까운 시일 내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반도체) 구매 및 비축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미 vs 중 디커플링에 반도체 기업 고통 
미-중 디커플링으로 인한 반도체 업계의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다. 대만뿐만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 퀄컴 및 AMD(Advanced Micro Devices)와 같은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나온다. 
 
최근 미국 의회가 자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통과시킨 ‘반도체 및 과학법’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미국을 반도체 생산 기지로 만들기 위해 약 52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등에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법안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중국 또는 러시아 등 비우호국가에서 향후 10년간 28나노미터보다 앞선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반하거나 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 전액을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해당 규제는 인텔, TSMC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TSMC는 (중국 내) 기존 시설에 대한 확장 등이 막혀 성장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연방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현재 미국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인텔, TSMC, 삼성전자에 제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그레이존 전략으로 대만 반도체 숨통 옥죌 듯

중국군은 4일 정오(이하 현지시간)부터 7일 정오까지 대만 주변 6개 해·공역에서 실탄사격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 훈련에 돌입한다. [사진=신화통신 트위터]



중국군은 4일 정오(이하 현지시간)부터 7일 정오까지 대만 주변 6개 해·공역에서 실탄사격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 훈련에 돌입한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뒤 시작되기 때문에 미국군과의 충돌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번 해상 훈련이 행해지는 지역을 봤을 때 대만의 해상을 봉쇄하는 안을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신 페이 클레어몬트 맥케나 컬리지 교수는 블룸버그 기고글을 통해 중국이 그레이존 전략을 통해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되 대만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죄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레이존(gray zone)이란 어느 초강대국의 세력권에 들어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지역을 일컫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행한 직접적인 침공이 아닌 대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을 억제하면서 통일을 유도하는 식으로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레이존 전략은 일종의 심리전이다. 군사훈련 등을 통해 대만과 국제 사회에 지속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중국 해군이 대만을 둘러싼 영해에서 수주 간 해상 훈련을 실시하거나 중국군 전투기가 대만 영공 가까이 비행하는 방식으로 긴장을 고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황 상태에 빠진 대만이 영해나 영공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해당 전략을 통해 대만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외국 기업들은 대만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반도체 산업 등 대만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이 TSMC의 반도체 공장을 자국으로 끌고 오려는 이유다. 

페이 교수는 “미국, 중국, 대만 등은 자제를 통해 실용주의적 외교에 나서야 한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둘러싼 긴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며 외교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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