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공유경제의 신화로 불리며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에도 붐을 일으킨 위워크 사례는 방만한 경영 성과와 적자투성이인 부실 스타트업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어 씁쓸함을 더한다. 이는 비단 위워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은 스타트업 업계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포트폴리오 창업자들에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보낸 경고 메시지는 적중했다. 지난해 전 세계 벤처투자금 810조원 이상이 9000개 넘는 딜에 투입되며 돈이 흘러 쳤던 스타트업 시장은 올해 들어 돈 줄기가 마르면서 투자금에 의존해 생존해온 스타트업들은 비용 절감의 첫 단계로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던 밸류에이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매출과 이익이 적더라도 시장이 선호하는 비즈니스 콘셉트와 팀 레퍼런스만으로도 수백억 원대 기업가치로 평가받으며 시리즈A부터 수백억 원을 투자받는, 그야말로 스타트업 버블이 시장에 가득했다. 무엇보다 기업의 필수 조건은 ‘이익'을 내는 것인데 매출만 고성장하는 기업이 온갖 경영적 역경을 뚫고 이익을 내는 기업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올바른 경영자들이 낙담하고 정도를 버리게까지 만드는 일들도 다반사였다.
필자 역시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어느 누구보다 지금의 스타트업 환경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더 냉혹해질 혹한기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위기의 시그널을 감지하고 기존 사업과 조직을 재정비하고 라이브커머스와 홈&리빙에 대한 신사업 투자도 검증에 검증을 거치며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적자 전환 위기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다시 돌아설 수 있었으며,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7% 증가하고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6.5% 상승하며 올해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MCN산업은 이미 선도 시장이었던 서구에서 증명된바 기존 MCN 수익모델로는 결코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이에 대다수 MCN사에서 크리에이터의 IP(Intellectual Property)를 활용한 오리지널 채널, 굿즈 제작, 브랜드 론칭 등 부가사업을 추진하며 투자 유치와 수익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여파로 영업손실 규모만 불어날 뿐 실질적인 성과, 즉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레페리는 크리에이터의 IP가 아닌 소비 전환형 트래픽에 집중한 사업 모델에 방점을 두고 안정적인 밸류체인 구축을 통한 구조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레페리는 최근 인플루언서의 트래픽을 활용한 플랫폼 유형자산화를 위해 플랫폼사를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에도 나섰다. 데이터 분석 기반 뷰티 서비스 앱인 나만의화장대를 운영하는 ‘메이크미업’을 인수하고 개발 전문 인력과 함께 크리에이터의 소비전환형 트래픽을 활용한 B2B2C로 타깃 시장을 확대해 나갈 신사업을 기획 중이다.
또 크리에이터 생애주기에 맞춰 점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크리에이터의 전문성보다 페르소나가 더 중요해진 시대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추종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이에 맞춰 지난 7년여 동안 뷰티 영역에 집중하던 사업구조에서 지난해부터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실적 향상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현재 레페리 마케팅 사업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라이프스타일 부문의 프로젝트 집행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5% 증가했으며 매출은 131% 상승했다.
이는 레페리의 성과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불확실성 시대에 레페리라는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레퍼런스로 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레페리 또한 아직 더욱 매출과 이익을 스케일업해야 하는 미션에 놓여 있고, 이제 모든 스타트업이 단두대에 올랐다. 과거처럼 트렌디한 비즈니스 모델과 팀 이력, 포장된 성과로 투자를 받아 연명하는 시대는 지났다. 작은 볼륨이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구성원들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여 비전과 성장에 기여하여 함께 성장을 달성하는 기업만이 혹한기를 견디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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