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SGI서울보증·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전문개인신용평가업(비금융 CB)'에 진출하기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합작법인 '통신대안신용평가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개인신용평가업이란 금융 정보가 아닌 통신 요금 납부와 같은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대안신용평가사업(ACSS)을 말한다.
통신대안신용평가주식회사는 개정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통3사 가입자들의 통신 이용과 요금 납부 정보 등을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동통신 요금제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유선인터넷·IPTV 등도 함께 사용하는지 △통신 이용료나 단말기 할부금을 제때 납부했는지 등의 비금융정보를 신용평가 근거로 활용한다.
이통3사 관계자는 "이동통신 요금제를 장기간 이용하며 요금을 제때 낸 이용자는 소비습관이 좋은 고객으로 분류해 신용점수를 높게 평가하고, 반대로 제때 내지 않는 이용자는 신용점수를 낮게 평가하는 형태"라며 "이통3사뿐만 아니라 외부 기업과 협력해 전기·수도 요금 등도 제대로 내면 신용점수를 높게 평가하도록 평가 근거를 넓혀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통3사는 대안신용평가사업을 통해 사회초년생, 노령층, 은퇴자, 가정주부 등 이른바 신 파일러(thin filer, 금융거래 이력이 적어 관련 서류 모음이 얇다는 의미)들이 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등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신 파일러는 약 1200만명(전체 금융거래 고객의 25%)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국내 개인신용평가 시장 규모는 5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대안신용평가사업의 비중은 2~3% 내외로 추산된다.
통신대안신용평가주식회사는 SKT·KT·LG유플러스가 각각 26%의 지분을 출자하고, SGI서울보증과 KCB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각각 11%의 지분을 출자한다.
SGI서울보증은 기존 중금리 대출보증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정보 기반 신용평가서비스를 활용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보증하는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KCB는 기존 개인신용평가사업을 기반으로 통신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국내 개인신용평가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꾀한다.
5개 기업은 통신대안신용평가주식회사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상태로 향후 준비법인 설립, 최고경영자 공개 모집, 기업결합승인 후 사업권 신청 등 전문개인신용평가 사업 전개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통3사는 지난 2020년부터 비금융 CB에 진출하기 위한 내부 준비를 해왔다. 초기에는 별도의 핀테크 법인 설립을 고민하다가, 이통3사가 공동 출자해 비금융 CB를 설립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수익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비금융 CB의 주 고객은 금융사인데, 이미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정교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통3사는 보증보험을 제공하는 SGI서울보증과 주요 금융사에 개인신용평가를 제공하는 KCB와 협력함으로써 금융사 고객을 확보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