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관련한 대전지법의 상표권·특허권 매각 명령에 반발하면서 지난달 20일과 29일 대법원에 상고·재항고이유보충서를 제출했다.
미쓰비시 측은 의견서를 통해 강제노역 피해자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고, '피징용자에 대한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한국 사법부의 매각 명령 판단을 보류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외교부가 참여하고 있는 민관협의회 등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고 대일 외교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민관협의회를 통해 국내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실제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이 현실화하면 한·일 관계가 크게 경색될 수 있어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의견서를 냈다는 게 외교부 측 주장이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관련해 '미쓰비시는 양씨 등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1인당 1억~1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쓰비시 측은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에 양 할머니 등은 미쓰비시가 한국에서 소유한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해 압류명령 신청을 제기했다.
먼저 양 할머니 사건과 관련해 대전지법 민사28단독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압류된 5억원 상당 미쓰비시 채권(상표권·특허권)을 매각할 것을 주문했다.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액수는 1명당 약 2억970만원(이자·지연손해금 포함)이다. 강제동원 피해와 관련해 국내 법원이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린 것은 이게 처음이었다.
미쓰비시는 대전지법 판결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지난 2월 기각됐다. 그리고 지난 4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어 김 할머니 특허권 특별현금화 명령에도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과 관련한 자산 강제 매각을 둘러싸고 압류에 이어 특별현금화 명령까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강제집행이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른 정당한 채권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절차여서 사실상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 판단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는 "미쓰비시는 더 이상 시간 끌기를 자제하고 성실하게 일제감정기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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