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재부와 정부 부처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든 재량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지만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9월 2일 국회 제출을 목표로 2023년 예산안 심의를 진행 중이다. 제출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 12월 초 최종 확정된다.
최종 마무리를 앞두고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와 정부 부처 간 줄다리기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건전재정 기조를 공식화한 기재부와 밀어넣기식 증액 요구에 익숙한 부처 사이에서는 예산의 증액 정도를 놓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3월 일찌감치 각 부처에 전년 예산안 대비 5% 내외로 증액한 규모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침에는 각 부처 재량지출 사업 예산을 10% 이상 줄여 내년도 예산을 요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기존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예산을 추가 요구하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재정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못박은 셈이다.
기재부는 건전재정을 기조로 내세운 만큼 '구조조정 없이 추가적인 증액 요구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국정과제 수행 등 불가피한 예산 추가가 필요하다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예산을 덜어내라는 의미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과제 등 핵심 정책에 대한 예산이 필요하면 늘릴 수는 있지만 각 부처에 할당된 예산 총액 범위에서 부처 장관이 책임지고 증액·감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처들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예산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행처럼 이뤄져 온 8월 밀어넣기식 예산 추가 요구는 더 이상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재부와 부처의 적정선이 달라 갈등이 예상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 지자체에서도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0년 기준 수도권과 특·광역시를 제외한 광역지자체 재정자립도는 20~30% 수준에 불과해 국가 보조가 없으면 제대로 된 지자체 운영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부처와 지자체 사이에서는 예산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단 각 부처와 지자체는 이달 진행되는 예산 1차 심의에서 본인들의 의지를 최대한 피력할 계획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 뒤에는 증액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는 각 부처에서 낸 예산안을 긴축재정 기조에 맞게 다시 짜오라고 한 상태"라며 "앞으로 2주가 예산 확보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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