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만에 30%씩 급등락 '롤러코스터'···탄소배출권 기업 경영 리스크 우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동 기자
입력 2022-08-09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최근 50여일 동안 탄소배출권 가격이 57% 급등한 이후 또 30% 급락하는 불규칙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탄소배출권이 사실상 제품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시기에 따라 롤로코스터 수준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서 기업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유동성 공급책으로 증권사의 탄소배출권 시장 진입을 허용했으나 오히려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가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리기 위해 오히려 급등락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8일 재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중 현재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KAU21은 지난 3일 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6월 21일 2만1000원에서 40일 가량 지난 상황에서 30%(6300원) 하락한 수준이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6월 13일 1만350원에서 2만1000원으로 57.3%(7650원) 급등한 이후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6월 13일 이후 50여일 만에 30%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아주경제]

◆우상향 탄소배출권 가격···코로나19 사태 후 변동성 심각

현재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팔 수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각 기업들은 정부가 미리 나눠준 할당량 이상 탄소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반대로 남은 배출권은 거래소에서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최근 같은 급등락은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매우 드문 일에 속한다. 지난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전반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탄소배출권의 장내·외 평균 거래가격은 2015년 1만1007원에서 2018년 2만2127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실제 KAU21 이전 주로 거래되던 KAU20은 2019년 4만원 이상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에 변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20년이었다. 지난해 탄소배출권(KAU20) 가격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2만3000원 수준까지 순차적으로 하락했다. KAU21은 지난해 초 2만3000원에 거래됐으나 곧 2만원 이하로 가격이 낮아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탄소배출권 시장의 변동성 장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전에는 통상 생산을 늘리려는 기업이 많아 상승 압력이 많았지만, 코로나19로 급격히 생산을 줄이는 기업이 나타나면서 변동성 장세가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이 많이 줄었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변동성 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격 급등락에 기업 리스크 부상···증권사 시장 진입 오히려 독?

문제는 이 같은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락이 기업 경영에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제가 적용되는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하는 상황이나 가격 급등락이 심각해 제대로 원가를 관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급등락은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기업이 적어 변동성이 큰 탓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국내 20개 증권사에 탄소배출권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배출권 시장 참여자 저변을 확대해 시장을 안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시장 교란 등 우려가 있는 만큼 증권사의 보유한도를 20만톤(t)으로 제한했으며, 이를 포함하는 파생상품 판매도 금지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파생상품과 더불어 선물시장까지 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의 반응은 당장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금융업계는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많아지는 만큼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용자끼리의 거래는 제한된 물량을, 제한된 시장에서 거래하는 만큼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 역시 시장거래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권에서는 증권사의 시장 진입 이후에도 가격 급등락이 여전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심각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시장 진입으로 배출권 시장이 투기장처럼 변했다는 의견마저 제기된다. 가격 급등이나 시장교란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진입해 배출권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됐다는 시각이다.

이에 산업권에서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투자자들의 투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가격 급등이나 시장교란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탄소배출권을 활용하지 않는 시장 참여자의 입김이 커질 경우, 기업에게 필수적인 배출권의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활성화로 보는 이득보다는 가격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사업계획 자체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가격 등 변수가 심해서 기업 경영에 너무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증권사의 진입을 허용한 것 이외에도 다른 추가적인 가격 안정책이 필요한 상황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