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오는 9월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 정기고시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건설 자재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든 가운데 일부 품목의 가격 추이가 엇갈리면서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근사들은 이달 철근 공급가격을 t(톤)당 15만4000원 인하했다. 건설사에 공급하는 기준가격은 t당 92만5000원으로, 유통사 공급가는 t당 100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3개월 동안에만 18만5000원 하락하면서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한 것이다
철근 가격이 내린 것은 원료인 스크랩(고철) 가격이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철 매입가격은 생철 기준 지난달 t당 52만원으로, 전월보다 12만5000원(19.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철강재 수요가 줄었고, 고철을 쓰는 전기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건설 수주가 전년 동기보다 3.7%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시장 전망이 어두워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기본형 건축비를 상향 조정하면서 원자재 단일품목 15% 상승조건 외 비중 상위 2개 자재(레미콘·철근) 가격의 상승률 합이 15% 이상인 경우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비중 하위 3개 자재(창호유리·강화합판 마루·알루미늄 거푸집) 가격의 상승률 합이 30% 이상이면 정기 고시 후 3개월 이내라도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는 이 요건에 따라 최근 레미콘, 고강도 철근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를 직전 고시(3월) 대비 1.53% 오른 1㎡당 185만7000원으로 고시한 바 있다.
문제는 철근과 함께 주요 건설 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더 올랐다는 점이다. 삼표와 한일시멘트가 9월 1일부터 t당 시멘트 가격을 각각 11%, 15% 인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세 번째 인상되면 시멘트 가격은 t당 10만원을 넘기게 된다.
국토부의 조치는 비정기고시 요건이긴 하지만, 자재 가격 변동분을 건축비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대책 입안의 취지였던 만큼 이번 가격 변동이 정기고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는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오른 만큼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호주산 유연탄은 t당 가격이 지난해 평균 137달러에서 올해 2분기 376달러로 174% 올랐다. 환율까지 감안하면 실부담 유연탄 비용은 200% 올랐다는 게 시멘트업계의 주장이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지난 4일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과 시멘트계열사가 없는 레미콘사, 수도권과 부산 레미콘 대표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멘트사의 추가 가격인상 추진 관련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 추진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형 건축비가 분양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정기고시와 관련해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 합리적인 가격 도출을 위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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