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IT그룹 소프트뱅크가 투자 방향을 선회한다.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던 소프트뱅크도 이제는 보유하고 있던 미국 기술주의 상당량을 정리하고 있다. 올 2분기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소프트뱅크가 미국 우버의 주식을 전량 매각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핀테크기업 소파이 등 각종 IT기업의 지분도 매각했다. 올해 주식시장 폭락을 계기로 소프트뱅크의 투자 정책이 '망설이지 않는 공격적 투자'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8일 (현지시간) CNBC 방송·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 이후 그룹 차원의 대규모 비용 절감 조치를 시사한 뒤 우버 지분부터 정리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함께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다. 1500억 달러(약 194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으로 470개가 넘는 IT기업에 투자 중이다.
CNBC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4월과 7월 우버 지분을 주당 평균 41.47달러에 매각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2018년 우버에 투자했고 2019년 추가 투자를 해 우버의 최대 주주가 됐다. 당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우버 주식을 주당 평균 34.50 달러에 매입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우버 지분의 3분의 1을 매각했고 나머지 주식은 최근 모두 정리했다.
지난 8일 소프트뱅크 그룹은 2분기에 3조1627억엔(30조5298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보고했다. 이중 2조9200억엔의 적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나왔다. 비전펀드의 누계이익은 한 때 7조엔(약 67조 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올 2분기에는 약 1100억엔(약 1조 607억원)까지 줄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IT기술 기업 지분 정리는 우버에 그치지 않는다. 주가 폭락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기존 투자기업들의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인용해 미국 핀테크 업체 소파이 지분 540만주를 평균 7.99달러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또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펀드인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 매각도 시사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6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주식을 처분해 현금 220억달러를 확보했다. 온라인 부동산 회사 오픈도어와 헬스케어회사 가던트, 중국 부동산 업체 베이크 등의 지분도 일부 매각했다. CNBC는 이를 두고 "투자 손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현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규모 주식 매각 이후 소프트뱅크는 '선택과 집중'으로 투자 방침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소프트뱅크는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망설이지 않고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자신의 투자 실패를 인정했다. 손 회장은 자신의 투자 전략이 좀더 선별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며 "과거 큰 이익만 쫓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전펀드가 당분간 새로운 투자처에 투자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현재 비전펀드는 473개의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손 회장은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 과거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한두개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이 당분간 스타트업 투자에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인력감축 등 내부 비용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성역 없는 비용 절감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소프트뱅크는 확신을 가지고 투자한 기업에 있어서는 기다리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공급망 혼란 등으로 생긴 IT업계의 침체기가 지나가기를 버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손 회장이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내년 기업 공개(IPO)해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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