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없다?…법‧제도 미비에 소비자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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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8-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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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전기차 화재 발생에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제조사 과실이 없다면 차주가 손해배상을 떠안는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는 제조사 과실 입증이 불가능에 가깝고, 차주가 보험을 통해 보호받기도 어렵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에 지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서 충전 중 전기차 화재...美 ‘집 근처 주차 위험’ 경고도
전기차 화재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일 제주도의 한 주택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2019년식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로 알려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배터리 모듈이 집중적으로 탄 것으로 확인,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충전 중인 전기차의 화재 발생 위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2020년식 현대 아이오닉, 2019~2020년식 코나 등 전기차에 대한 리콜이 이뤄진 바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3월 보고서를 통해 “리튬이온배터리 전기 합선이 화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면서 “차주들은 해당 차량을 구조물과 떨어진 외부에 주차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최신 전기차종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안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충돌 상황에서 배터리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견고한 하부 보호 커버를 적용했으며,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개선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멀티 충전 시스템의 안전성 확보와 페일 세이프 평가 절차, 협조 제어 기술 등을 마련했다”면서 “특히 페일 세이프 평가를 통해 위험 상황을 분석하고 협조 제어 전략으로 감전·화재를 방지하는 등 전체 시스템과 탑승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초기 전기차 모델의 경우 충전 화재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E-GMP가 탑재된 차량이 출시된 시점 이전인 2020년 말 기준으로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는 13만4962대다. 그간 폐차된 차량 규모에 따라 정확한 수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가 29만8633대임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등록 전기차 중 45%가량이 구형으로 추정된다. 전체 등록대수는 외국산 차량을 포함한 통계나 국내 등록 전기차 중 약 70%가 현대차·기아라는 점에서 대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

여전히 어려운 ‘입증책임’...대형 화재 발생 시 소송전 불가피
충전 중인 전기차의 화재 문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차주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소비자의 입증 책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소비자가 제조사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고 수습은 차주 몫으로 돌아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원에서 원인불명 결과가 나오면 차주 책임”이라며 “전기차 화재의 경우 완전 전소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내 주차장 등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옆 차량 등으로 번질 경우 책임 소재가 복잡해진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전기차 화재가 대형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차량이 완전 전소되는 경우가 많아 대형 화재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자동차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 차주 등 관계자 사이에 책임 소재 합의가 안되면 소송까지도 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소비자가 책임을 지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면 우리가 손해기 때문에 제조사 쪽 책임을 입증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며 “전기차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전기차 화재에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면 차주들이 마음 놓고 전기차를 탈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사고 사례에 기반한 판례가 없어 사고마다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아직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다 보니 세부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상품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상품도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올해 3분기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 30만대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 보조금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교수는 “미국은 제조사가 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NHTSA와 같은 전문 기관이 한 차종에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면 조사에 들어간다”며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를 중심으로 보상체계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한국은 소비자가 불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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