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하 달러·원 환율)은 11일 오전 현재 1300원을 살짝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15일 1326원까지 올랐다가 이후로는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1300원선에서 등락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환율은 우리 역사상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1990년대 이른바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1달러당 2000원 부근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고 2009년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한때 1596원까지 올랐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낮아진다는 의미다. 몇 년 전만 해도 1000원이나 1100원 정도면 살 수 있었던 1달러의 가치가 1300원까지 높아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외환시장에서 달러 몸값이 높아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한국 금리를 앞지른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국제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대비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었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 등에 따라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화 가치가 한층 더 떨어졌다.
환율이 최근 1300원 아래로 내려서기도 하지만 일선 외환딜러들은 달러 값이 당장 크게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그나마 국제유가가 진정되고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환율 상승세가 진정됐다"며 "하지만 아직 대내외 여건상 환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시장 수급도 달러 수요가 우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화 자금시장에서도 달러화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와 달러간 스와프 거래에 이용되는 FX스와프포인트가 크게 떨어지면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스와프시장은 달러 자금이 필요하거나 달러가 남아 이를 운용해야 하는 참가자들이 만나는 자금시장으로 달러 유동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보통 달러·원 FX스와프포인트는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다는 점에서 플러스 영역에 위치하는데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분위기 속에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경우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올해 들어선 이미 4월 중 1개월물부터 1년물까지 전 기간물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자이언트스텝으로 만들어진 한·미간 금리 역전은 마이너스 스와프포인트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스와프포인트는 10일 종가 기준으로 1개월물이 -60전, 3개월물이 -225전, 1년물이 -1330전에 형성됐다.
◇외환딜러들 "달러 유동성 부족까지는 아냐"
현물 환율의 상승과 FX스와프포인트 하락은 종종 외환시장발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환율이 추가로 치솟고 국내에서 달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스와프포인트가 많이 밀리기는 했지만 금리 영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전반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마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면서 “은행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은행만 해도 장기 쪽이 약간 타이트해지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환율만 놓고 봤을 때 지난 2008년 리먼사태 당시 1300원이 열리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고 이 레벨이 뚫린 뒤 이틀 만에 200원 가까이 더 올랐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1300원을 넘는 데도 비교적 시간이 걸렸고 1300원을 넘어선 뒤에도 상승세가 가파르지 않다”면서 “높은 환율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경계할 필요는 있겠지만 1300원 돌파를 위기의 신호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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