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한국 무역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한국의 수출 부진은 세계 무역 부진으로 이어지는 만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 경제의 전초전 역할을 해온 한국의 반도체 수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등 굵직한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지출을 축소할 계획을 밝혔다.
IT분야의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빠른 속도로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가트너는 반도체 업계의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의 14%에서 7.4%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2.5% 감소할 것으로 봤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 디램) 수출은 한국 무역의 핵심이다. 테크 리서치 회사인 트렌드포스는 DRAM의 내년 수요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기준으로 8.3% 증가에 그치며 사상 최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급은 14.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한국 수출은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내년에는 공급이 수요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한국 수출이 이미 타격을 입었다는 징후 역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지난 7월 정보기술(IT) 산업 수출 규모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반도체 재고가 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쌓였다.
블룸버그는 암울한 반도체 전망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해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주식 시장은 한국의 무역 성과를 나타내는 선행 지표 중 하나다. 수출이 위축되기 전에 한국 투자자들은 한발 빨리 주식을 대거 매도하곤 한다.
프랑스계 금융회사인 나타시스(Natixis SA)의 아시아 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앨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기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반도체 시황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 시장의 약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어, 수급 격차를 좁힐 힘이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2023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는 2023년 중반에, 웰스파고는 2023년 초에 미국 경기침체가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경기 예측 모델에 따르면 향후 24개월 이내에 미국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100%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