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주요 라면업체 3사의 표정이 엇갈렸다. 밀가루 등 국제 원재료 가격 급등이 실적을 가른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심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756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 급감했다. 특히 2분기 별도 기준(해외법인 제외)으로는 지난해 2분기(73억원)보다 103억원이 줄면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농심이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활짝 웃었다. 업계 2위인 오뚜기는 연결 기준으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893억원, 47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8%, 32% 늘어난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5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92% 증가한 273억원을 기록했다.
라면 3사의 실적을 가른 주요 요인으로는 국제 원재료 가격 급등이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분기 국제곡물 가격(IGC GOI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5.5% 상승했다. 2년(2020년 2분기) 전 보다는 84.2% 오른 것이다. 전 세계적인 작황 부진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달러 강세로 환율이 1300원대로 치솟으며 원재료 구매 비용이 늘어난 것도 전체 수익성을 끌어내린 원인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의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인해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다"며 "또한 유가 관련 물류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농심의 사업구조에 기인했다고 보고 있다. 농심은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제품 가운데 스테디셀러가 많다 보니 매출 비중의 쏠림현상이 심하다. 신라면의 단일 제품 매출 비중도 80% 안팎으로 무척 높다.
신라면과 같은 스테디셀러는 신제품에 비해 판매 단가가 낮다. 서민음식인 라면 가격의 경우 업체 마음대로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민적 저항과 정부 입김 등의 영향으로 인상 폭과 빈도도 낮은 편이다. 농심은 지난해 8월 라면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올해 상반기 곡물가격 급등에도 원가 상승을 자체적으로 부담하며 제품값을 조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부자재 가격과 유가 상승 등 비용 부담이 늘면 오히려 내수 시장에서 스테디셀러가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농심과 달리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원가 상승 부담을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뚜기는 전체 매출에서 라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하다. 게다가 상반기에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시장에서 비(非)라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실제 유지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1% 늘었고 양념소스류는 14.2% 증가했다. 이 외에도 농수산가공품류의 경우 12.3%, 건조식품류는 12.2% 증가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유지류·간편식 등 주요 제품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며 “매출 증가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을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설비 자동화와 원료·포장재 등 원가 및 유틸리티 비용 절감 등 노력이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해외 수출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으로, 다시 한번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웠다. 수출국과 불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
올 하반기에도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라면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단가 상승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3분기 곡물 수입가격이 2분기보다 16%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2분기에 고점을 찍은 국제 곡물가격이 3분기 수입가격에 반영되면서다. 4분기 수입단가는 3분기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2분기보다는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곡물 단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하반기에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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