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비슷한 브랜드들이 난립함에 따라 가치와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최근 하이엔드 공동주택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를 선보이며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2년 ‘더샵’ 브랜드 출시 이후 20년 만에 선보인 신규 브랜드다. 프랑스어로 ‘높은’, ‘귀한’, ‘고급’을 의미하는 ‘오티에’에 ‘땅’, ‘대지’를 뜻하는 ‘티에르’를 결합한 단어로 소비자 중심 맞춤 설계, 환경친화적 구조와 고급 소재 적용 등을 내세웠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 11일 하이엔드 브랜드인 ‘드파인(DEFINE)’을 공개했다. 2000년 ‘SK뷰(SK VIEW)’를 선보인 이후 22년 만이다. 드파인은 강조를 위한 접두사 ‘DE’와 좋음·순수함을 의미하는 ‘FINE’의 합성어로, 정의하다를 뜻하는 ‘Define’을 차용했다. 이 시대에 부합하는 최고의 가치로 새로운 주거 기준을 정의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조합들도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면 결과적으로 단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된다고 판단해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서울에서는 강남권과 한강변 등 부촌(富村) 위주로 이 같은 요구가 확산하고 있으며, 지방 정비사업 조합에서도 ‘서울처럼 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수주한 부산 광안2구역 재개발과 서울 노량진 2·7구역 재개발, 광장동 삼성 1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드파인 브랜드를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10대 건설사 중에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각각 디에이치(THE H), 아크로(ACRO), 푸르지오 써밋(SUMMIT), 르엘(LE EL)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포스코와 SK에코플랜트가 가세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는 6개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디에이치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3구역 수주에 성공하는 등 올 상반기에만 5조6988억원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 성과를 올렸다.
반면 삼성물산(래미안)과 GS건설(자이), HDC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 등은 ‘원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수주에서 조합원들이 시공 옵션과 상관없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무조건 요구하는 추세”라며 “특히 사업성 높은 입지 중심으로 도시정비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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