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티맵모빌리티가 SK스퀘어와 협력해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2020년 SK텔레콤에서 분사한 이후 지난해 우버에게 600억원,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에게 4000억원을 투자받은 것에 이은 세 번째 대규모 투자 유치다.
이번 투자로 KB국민은행은 티맵모빌리티 지분 8.3%를 보유한 4대 주주가 됐다. 현재 티맵모빌리티 지분은 SK스퀘어(60.1%), 어펄마캐피탈(12.7%)과 이스트브릿지(12.7%), 우버(3.8%) 등이 나눠 갖고 있다.
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대형 금융사가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에 단행한 첫 대규모 투자다. 티맵모빌리티는 KB국민은행과 지난해 12월 ESG와 상생 협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은 후 6개월 간 투자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번에 티맵모빌리티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총 2조2000억원이다. 2년 전 분사 시점과 비교하면 기업가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KB국민은행이 티맵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보험, 대출 등 KB금융그룹 금융서비스 전반과 모빌리티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맵모빌리티는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티맵 플랫폼 종사자에 특화된 소액대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대리운전·화물·발렛 등 플랫폼 종사자들이 개인사업자로서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해 대출에 제약이 있는 점을 고려해 이들의 금융 거래 이력 대신 근무일수·업무활동·고객 피드백 등 플랫폼 활동 이력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대출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티맵 플랫폼 종사자는 대출한도와 금리에서 이익을 보고, 티맵모빌리티는 안정적으로 플랫폼 종사자를 수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티맵모빌리티는 대리·발렛·탁송 등 티맵 서비스와 연계한 보험 사업 협력도 추진한다. 티맵 데이터를 활용해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전용 대리·탁송보험 상품을 개발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안전하게 운행하는 게 확인되면 보험비를 할인해주는 형태다.
티맵모빌리티 이용자를 위한 금융 상품 연계도 진행한다. KB국민은행의 포인트 제도와 결제 서비스를 티맵 서비스와 연동하고, 중고차 관련 사업에서도 협력을 추진한다. KB캐피탈의 중고차 서비스 'KB차차차'에 티맵 운전점수를 연동해 이용자가 중고차 구매 시 전 차주의 운전점수를 확인함으로써 차량이 어떻게 운행되었는지 알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개발한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을 모빌리티 사업 역량 강화와 관련 개발자 확충에 투입한다.
SK스퀘어는 이번 투자 유치가 그간 쌓아온 IB 업계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산하 ICT 패밀리와 협력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티맵모빌리티는 SK스퀘어 투자 계획에 따라 지난해 4월 4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 2000억원을 추가 유치하면서 대리운전, 킥보드, 전기차충천, 렌터카 등을 넘어 UAM과 자율주행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티맵모빌리티와 함께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양사가 가진 핵심 역량과 자산 교류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금융과 모빌리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재승 SK스퀘어 MD(부사장)는 "이번 투자 유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SK스퀘어는 앞으로도 유연한 수익실현을 지속하고 자회사 포트폴리오 전체의 가치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티맵모빌리티와 KB국민은행의 누적 가입자 규모는 5000만명에 달한다"며 "티맵은 전 국민이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존 사업자들과 상생할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자 발표와 함께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SK스퀘어는 티맵모빌리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거나 일정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송재승 부사장은 "티맵모빌리티의 IPO 시점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상장 시점은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올해로 예정되어 있던 SK스퀘어의 자회사 상장 일정이 잇달아 연기됨에 따라 자회사 상장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티맵모빌리티는 당초 2025년 상장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로지소프트 인수와 관련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을 두고 지속해서 업계와 대화하고 상생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6월 대리운전 유선콜 배치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로지소프트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로지소프트의 대리운전 시장 내 콜 점유율은 최대 80%로 추산된다.
이에 연합회는 티맵모빌리티의 로지소프트 인수는 명백한 사업 확장 행위라며 23일부터 티맵모빌리티 규탄시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연합회는 로지소프트가 만든 유선콜 배차 시스템 '로지'가 대리운전기사에게 과도한 사용료를 받고 있으며, 기사가 유선콜 배치를 취소하면 한동안 배정을 받을 수 없게 페널티를 주는 등 서비스를 부당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환 티맵모빌리티 성장전략그룹장은 "로지소프트가 시장을 이끌었기 때문에 티맵모빌리티의 인수 후 전화대리 업체나 대리기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로지의 기능상 불편한 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서 이종호 대표도 "티맵모빌리티의 핵심 경영 철학은 상생이다. 로지소프트 인수와 관련해 동반성장위원회도 중소기업적합업종 부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티맵모빌리티가) 신규 사업을 전개할 때 기존 사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항상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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