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이 ‘지점 다이어트’에 한창이다. 증권사 지점 줄이기는 지점 운영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복안이다. 반대로 직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점을 없애면서도 인력을 대거 영입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 부문 인력을 보강한 영향으로 파악됐다. 비대면 투자 문화가 확산되며 오프라인 영업채널보다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디지털 플랫폼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10대 증권사의 올 상반기 점포 수는 623곳(해외 사무소 및 현지법인 포함)으로 집계됐다. 동학개미운동(개인투자자 국내 증시 유입 현상)이 퍼지기 전인 2019년(764곳) 대비 141곳(18.46%) 줄어든 수준이다.
이들 증권사는 거점 지역에 분산된 영업지점을 통폐합해 대형화하거나 복합점포 방식을 도입해 지점 수를 줄이고 있다. 2015년부터 도입된 복합점포는 기존 금융회사 점포 일부를 다른 금융회사가 영업소 또는 부스 형태로 들어와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를 가리킨다. 주로 은행 계열사를 가진 증권사가 이용한다.
이처럼 지점 수는 줄어드는 반면 직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주요 증권사 임직원 수는 2만3966명으로 파악됐다. 2019년(2만3099명) 대비 867명(3.75%) 늘어난 규모다. 앞서 2020년과 2021년에는 해마다 전년 대비 평균 438명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3년간 직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투자자 연령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증권사 디지털 경쟁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MZ세대(1980년 초~2000년 초 출생자)가 주식시장에 새로운 투자 주체로 떠올랐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는 비대면 투자문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정보기술(IT) 인력을 대폭 늘리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디지털 부문 IT 인력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KB증권은 60% 이상 늘렸다. NH투자증권은 신규 채용 인원 중 4분의 1을 디지털 직군으로 뽑았다. 향후 증권사들 간 IT인력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지점을 없애면 지점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등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직원 수가 줄어들게 마련”이라며 “지점 수와 직원 수의 역행 현상은 증권사에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디지털 부문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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