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 직원 수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고용 환경은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은 줄어든 반면 증권사 신성장동력으로 부각된 정보기술(IT) 부문 인력들을 중심으로 한 계약직이 상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10대 증권사의 올 상반기 임직원 수는 2만3966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정규직은 1만6380명, 계약직은 7052명 규모다. 나머지 534명은 임원이었다.
계약직은 올 들어 처음으로 7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19년 5499명 △2020년 6062명 △2021년 6802명 등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면 정규직은 △2019년 1만7160명 △2020년 1만6962명 △2021년 1만6647명 등 매년 평균 26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임직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증권이었다. 올 상반기 메리츠증권 임직원 수는 1561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55명(3.65%) 증가했다. 이어 △KB증권(68명·2.29%) △삼성증권(47명·1.82%) △NH투자증권(39명·1.27%) △대신증권(19명·1.25%) 등이 같은 기간 1%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은 각각 181명(-4.62%), 40명(-4.18%) 등 4%대 감소율을 보였다.
전체 임직원 중 계약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 계약직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도 메리츠증권(60.22%)이었다. 이어 △하나증권(50.35%) △대신증권(35.84%) △한국투자증권(33.49%) 등이 30%대 이상을 차지했다.
임직원 수가 비교적 많이 줄어든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계약직 비중이 각각 16.31%, 26.09%였다.
정규직이 줄고 계약직만 증가하는 건 고용 안정성이 현저히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계약직이 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IT인력을 채용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파악됐다.
다수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비대면 투자문화 확산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자 증권사들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발에 집중했다. 공개채용과 상시채용 등을 통해 개발 인력을 영입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채용시장에는 IT인력이 한정적이어서 수급에 난항을 겪었다. 또한 업종 특성상 회사에 전속되지 않고 자유계약에 의해 근로하기를 희망하는 ‘프리랜서’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그램 개발자 A씨(37)는 “회사에 소속돼 받는 급여는 프리랜서로 계약해서 받는 금액에 80~9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반대로 회사 프로젝트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늘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프리랜서 개발자와 체결한 계약이 마무리된 후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상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전산 관련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인력을 갖추긴 했지만 충분하진 않다”며 “디지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증권업계 고용 환경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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