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기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같은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송 전 사장은 한국PD연합회장이던 2017년 본인 페이스북에 고 전 이사장이 시민단체에 고발당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간첩 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 '극우 부패세력' 등 표현을 쓴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송 전 사장이 페이스북에 적은 표현들이 형법상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50만원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간첩조작질'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 등은 비속어는 아니지만 인신공격성 표현으로, 고소인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하거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모욕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2심은 1심 판단을 대부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간첩 조작질' 부분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판결은 1심과 같은 벌금 50만원 선고유예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송 전 사장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고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해 (모욕죄) 구성 요건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기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회상규 위배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 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문제의 표현이 나온 시점에 송 전 사장은 한국PD연합회장으로서 MBC 감독 기관인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점, 게시글 전체적인 내용이 '고발을 당한 고 전 이사장에게는 방문진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취지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파렴치'와 '철면피'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일상생활이나 언론·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표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부패세력'이라는 말에는 범죄행위를 연상케 하는 용어가 포함되기는 했으나 이념적 지형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해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도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이번 사건 속 표현이 모욕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표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표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은 지적하면서도 위법성 조각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 사항을 제시한 것"이라며 "비정치적 영역과 비교해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더 강조된다는 점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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