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총 58조원 규모의 신규‧대환대출을 공급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보호’ 대신 ‘육성’에 초점을 맞춰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키우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궁극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 생태계의 구조적 체질 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 단체에서도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기존 소상공인 정책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실행력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새정부 소상공인·자영업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코로나19‧3고 충격 긴급대응플랜’ 추진 △스마트‧디지털 기반 소상공인 경영혁신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민간 협업을 통한 행복한 로컬상권 등이다.
소상공인의 빠른 재기를 위해 유관기관별로 분산된 ‘폐업-채무조정-재도전’ 지원을 통합 패키지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폐업자 대상 철거비 지원, 컨설팅, 법률자문 등의 비용을 확대한다. 또 소기업‧소상공인(노란우산) 공제 가입자를 2027년까지 250만명으로 늘려 사회안전망을 보강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보호에서 육성으로 소상공인 정책을 전환한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진 만큼, 소상공인이 이에 발맞춰 혁신할 수 있도록 스마트‧디지털 인프라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실시간 매출과 같이 분산된 상권 정보를 빅데이터화하는 ‘전국 상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소상공인에게는 유용한 창업‧경영 정보를 제공하고 민간기업에게는 데이터를 개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소상공인‧전통시장 점포의 디지털 인프라를 개선하는 스마트상점‧스마트공방‧스마트시장은 5년간 7만개를 보급하고, 온라인에서 매출을 내는 ‘이커머스 소상공인’도 2027년까지 매년 10만명씩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동네 소상공인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이후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형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체계적인 육성시스템을 마련한다. 단계별 경쟁‧피칭 방식으로 유망 소상공인을 선별해 융합 팀빌딩‧사업화‧자금 등을 집중지원하고, 크라우드펀딩‧민간투자자 매칭 융자 등 소상공인에 적합한 방식의 투자 모델 도입을 추진한다.
중기부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통해 지역상권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역가치 창업가(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역 상권 전반에 자본 등이 유입될 수 있도록 ‘로컬 상권 브랜딩’을 지원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그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생계형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새정부는 이를 바꾸고자 한다”며 “우리동네 소상공인이 혁신기업가로 거듭나고, 궁극적으로는 벤처‧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씨앗이 되도록 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업종별‧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보다는 획일적 지원에 치중했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맞춤형 지원 체계와 사회안전망 구축, 디지털 전환 등의 구조적 체질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이나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 등이 이전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전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의 구체적인 실행안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소상공인 육성에 방점을 찍어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전 소상공인 정책과 방향성은 유사하다. 세부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