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아파트·빌라 땅 주인, 구분소유자에 사용료 청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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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8-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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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합건물, 대지 지분이 건물 부분에 종속·일체화"

  • "집합건물 대지 공유, 민법상 일반 법리 적용 안돼"

[사진=유대길 기자]

아파트나 빌라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고 그 건물이 있는 토지의 지분권만 보유한 사람은 땅을 못 쓰더라도 건물 구분소유자들이 소유 부분에 상응하는 ‘적정 대지 지분’을 가졌다면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토지 지분권자 A씨가 빌라 구분소유자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이날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78년 부친 증여와 2011년 추가 상속으로 이번 사건 토지 일부를 소유하게 됐다. 1980년 이 땅 위에 4층 규모 빌라가 들어선다. 이 빌라는 B씨 등 여러 사람이 나눠 소유했다. 2003년에는 가건물이 세워져 토지가 빌라와 가건물 부지로 쓰이게 됐다.
 
B씨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는 물론 이에 상응하는 토지 지분권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토지 지분권만 갖고 있었고 건물 소유권은 없었다. 이에 A씨는 2014년 “B씨 등은 토지 사용 이익을 얻지만 나는 전혀 쓸 수 없으므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B씨 등이 토지 지분에 따른 ‘부당이득’을 돌려줘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은 민법 법리를 근거로 들었다. 공유 토지 일부를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공유자는 자신이 보유한 공유 지분 비율에 관계없이 다른 공유자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B씨 등은 과거 A씨 부친 등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땅을 무상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승낙이 있어 건물이 신축됐다고 반박했다. 또 이런 묵시적 대지 사용권은 건물 소유권과 한 묶음으로 처분돼왔기 때문에 A씨에게 돈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경우 대지 사용권인 대지 지분이 전유 부분(건물 부분)에 종속돼 일체화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 관계에는 민법상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내놨다. 재판부는 이런 법리가 대지 공유자들 가운데 A씨처럼 구분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섞여 있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건물 소유자는 건물 소유권과 별도로 대지를 사용할 권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파트나 빌라 등 집합건물은 관련 법령에 따라 대지 지분이 건물 소유권과 개별적으로 결합한 관계에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통상적 토지 공유 관계와 달리 건물 부분과 대지 부분을 분리해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적정 대지 지분을 취득한 구분소유자는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온전히 사용·수익할 권리가 있다”며 “전유 부분을 소유하기 위해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수익할 필요가 없어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적정 대지 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A씨 같은 대지 공유자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지지 않아야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에게 적정 대지 지분을 확보할 동기 부여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통해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 사용권 일체성을 확보하려는 집합건물법의 취지도 달성된다고 봤다.
 
아울러 A씨가 토지 사용에서 배제되는 손해를 모두 메꾸려 한다면, 빌라에 사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내야 해 소송 경제적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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