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 수주 늦어져 흑자 전환···원자재 가격 급등이 '전화위복'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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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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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주 경쟁력 높은 빅3는 여전히 적자

  • 선박 건조 수년 소요···부채 부메랑으로

지난해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던 중소형 조선사가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우월한 경쟁력으로 더 많은 일감을 수주한 대형 조선사가 여전히 적자 늪에 빠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오히려 지난해 상반기 일감 수주가 적었기에 올해 신속하게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에 선박 수주가 많지 않아 대형 조선사들처럼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할 필요가 없었다는 시각에서다.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형 조선사가 잇달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조선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32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2001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J중공업과 대선조선도 각각 영업이익 49억원과 36억원을 올려 지난해 영업손실을 극복해 냈다. 이 밖에도 상당수 중소형 조선사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 신세인 대형 조선사와 큰 차이다. 대형 조선 3사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합계 1조246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조8670억원 적자를 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형 조선사가 한 발 앞서 적자를 탈출한 것은 공교롭게도 이들의 수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이들 중형 조선사들은 비교적 뒤늦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주량을 채우기 시작했다. 대형 조선 3사가 지난해 상반기 수주한 선박을 만드느라 도크를 채웠기에 중소형 조선사들이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로써 중소형 조선사는 지난해 상반기 후판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시기에 대규모 선박 제조를 피할 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 말 톤(t)당 65만원 수준이었던 후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말 115만~13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통상 선박 건조는 수주 시점에 가격 등을 합의해 계약을 맺고서 이후 조선사가 1~2년 동안 스스로 원자재를 구매하고 인력을 고용해 공사를 진행한 이후 계약 당사자에게 인도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 선박 수주 계약을 맺은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이를 선박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조선사들은 선박 공사 중 발생한 이 같은 손실을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재무제표에 반영해 왔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대형 조선사는 대규모 공사손실충당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손실충당부채 증가 규모를 보면 대우조선해양 1조2276억원, 삼성중공업 6202억원, 현대중공업 4396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중소형 조선사는 오히려 이전에 계상했던 공사손실충당부채가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대형사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손실로 적자를 기록한 반면 중소형 조선사는 일감이 없어서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원자재 가격이 아직도 130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다 선박 건조 기간이 1년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 조선사는 올해 상반기도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압박을 받는 처지다. 반면 원자재 가격 급등 이후 계약을 맺은 중소형 조선사는 부채를 크게 늘릴 필요가 없기에 선박 수주로 수익을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로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일감이 줄어든 상태에서 지난해 초부터 일감이 급증하면서 경쟁력 높은 대형 조선사가 먼저 수주를 따냈다"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오히려 경쟁력이 낮아서 늦게 수주한 중소형 조선사가 적절한 시점에 계약을 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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