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판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이 되고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혼비백산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비대위 운영조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고 어떤 식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 막막해 보인다. 말 그대로 혼돈이다. 동시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했다. 초선의 직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다. 이 대표가 압도적으로 전당대회를 휩쓸었지만 찜찜한 여운이 곳곳에 남아있다. 팬덤 지지층을 기반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결집도는 높았지만 계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 지역의 당원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그리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사생결단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전쟁에서 과연 누가 웃게 될까.
국민의힘부터 살펴보면 앞으로 더 암흑천지다. 집권 여당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인용 사태의 불씨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3개월 중징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 문자와 ‘체리 엄지척 따봉’ 이모티콘이 자리 잡고 있다. 4개 여론조사기관(케이스탯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이 지난 22~24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NBS 조사(25일 공표·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윤핵관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73%로 압도적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63%로 10명 중 6명 이상이 윤 대통령이 윤핵관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응답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그렇지만 윤핵관 장막에 둘러싸인 대통령의 결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민의힘 앞날은 쾌청한 날씨보다 혼돈의 안개 정국이다. 이준석, 윤핵관, 김건희 세 사람에 대한 문제 해결이 없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
민주당은 그렇다면 온전할까. 아니다.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과 오십보백보다. 이재명 당 대표가 전당 대회를 압도하며 당선되었지만 이재명 당 대표와 민주당의 앞날은 더욱 어두컴컴해졌다. 사실상 박용진 의원은 진정한 이재명의 맞상대가 아니었다. 이번 전당 대회는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나 ‘거대명(거의 대부분 이재명)’을 뛰어넘어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전당 대회나 다를 바 없었다. 이제 말로만 들어왔던 ‘이재명의 민주당’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을 보면 ‘3무 현상’이 심각했다. 무비전, 무책임, 무관심이었다. 당의 비전보다 당헌 80조 개정이 더 부각되었고 대선과 지방 선거의 책임을 묻는 여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까운 호남 지역의 당원 투표율일 정도로 전당 대회는 ‘그들만을 위한 리그’였다.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자신의 리스크와 배우자 그리고 사법적 리스크는 간과되고 있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 15~16일 실시한 조사(18일 공표)에서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의견이 56.7%로 나타났다. 만약에 이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검찰에 의해 기소가 되는 경우 당헌 80조에도 불구하고 여론상 정치적 영향력은 닻을 올리자마자 닻을 내리고 폐업 신고를 하게 되는 꼴이 된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대첩, ‘윤명 대첩’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이 좌우하게 된다. 중도층은 이념 대혈투가 아니라 민생과 안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정치판 대혼전 속에서 국민의힘이 웃을지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웃을지는 오롯이 국민의 평가 특히 중도층 평가에 달려있고 중도층의 시선은 ‘경제’와 ‘미래’에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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