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표로서 제 거취는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이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당 내홍을 직접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권 원내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국민의힘 내 여론은 싸늘한 모양새다. 4선 중진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당헌 개정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인 전국위원회의 의장인 서병수 의원 등 당내 의원들이 권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며 거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 원내대표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직무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혼란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저에게 주어진 직무와 의원 총회의 결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 저는 단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비대위 구성은 꼼수다.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서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라며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은) 자기만의 아집"이라며 날 세워 비판했다. 당내 혁신 기구인 혁신위원회의 위원장인 최재형 의원도 "권 원내대표는 스스로 사퇴해서 당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 사퇴론에 차기 당권 주자도 가세해 힘을 실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 원내대표는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해서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즉시 여건을 만들어주셔야 한다"라며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인용하면서 국민의힘의 상황을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본 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상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과 법조계 출신인 정점식·전주혜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내내 당헌 개정안을 두고 3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헌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했다"라며 "당헌에 여러 가지 모순되는 지점이 충분히 정비가 안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병수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 필요한 절차인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소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 그 원내대표 중심으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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